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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바이든 취임 특별기고] 4자회담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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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인제대 교수

뉴스1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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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갈 길은 멀다. 새해가 밝았고, 북한은 8차 당대회를 열었으며,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다. 새로운 계기들이 이어지지만, 희망을 말하기는 어려운 정세다. 북한은 예상대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강조하면서, 자력갱생 전략을 선택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보건 위기와 국제정세를 고려해 장기전을 대비했다. 바이든 정부는 균형과 협력으로 미중 패권 경쟁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아시아 구상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북한과 미국의 전략의 차이가 크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문제 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상황을 관리하고 해법을 만들 수 있는 형식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중 대결에서 북핵문제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이제 남북미중의 4자회담을 시작할 때다. 4자회담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제주 선언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을 제안했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6차례의 본회담을 제네바에서 열었다. 성과는 없었지만, 4자회담이 한반도를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하는 협의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핵 협상도 4자회담이 적절하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의 6자회담이라는 경험도 있지만, 당시 북미 양자 협상이 핵심이었고, 한국과 중국이 중재했으며, 일본과 러시아는 역할이 제한됐다.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일본과 러시아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북핵 협상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자회담이 효과적이다. 4자회담에서 성과가 있으면, 얼마든지 6자회담으로 확대할 수 있다.

4자회담은 역사가 아니라 현실이기도 하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남북미 삼각관계를 통한 북핵 협상은 실패했다.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후 북중관계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졌다.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이렇게 일치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한반도의 질서는 변했고, 더이상 중국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하노이 회담이후 한반도 질서는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남북미중 사각 관계로 전환했다. 그동안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대가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외교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북중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지만,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미중 3자의 이해도 일치한다는 점을 포착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어떻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협력을 분리해 낼 것인가? 4자회담 말고는 방법이 없다. 4자 모두 4자회담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바이든 정부는 북핵 협상의 국내정치적 부담이 있고, 이란 핵문제 해결의 경험에서 다자적 접근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다자 접근은 합의하기는 어렵지만, 합의 이후에는 쉽게 깨기 어렵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 협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을 완충하는 공간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가 가져올 동북아 지역 질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결을 원치 않는다. 북한 역시 협상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4자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4자회담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바꿀 출구

북핵 협상은 2008년 이후 장기교착에 들어섰고,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었다. 2018년에 조성된 협상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그만큼 어려워졌고 복잡해졌다. 물론 어렵다고 포기할 때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핵무장으로 맞서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포기다. 무슨 일이든 악화는 쉽고, 해결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동북아의 어떤 국가도 구조적 대결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 많이 어려워졌지만,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공멸의 길에 올라탈 수는 없다. 4자회담으로 모든 당사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때가 왔다.

북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해결의 길에 나서야 한다. 북핵 해법이란 알고 보면, 한반도의 냉전 질서를 해체하고, 동북아의 지역질서를 대결이 아니라 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남북 모두 안보딜레마의 덫에 걸려서 군비경쟁을 지속한다면, 디스토피아만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4자회담은 상황 악화를 동결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고, 미중 대결을 완충하는 외교적 공간이며, 한반도의 미래를 만드는 평화의 공간이다. 남북관계의 원심력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4자 회담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바꿀 유일한 출구다. 4자회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
birako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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