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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가 초고층 빌딩 바람도 잠재워…고층빌딩 증가 2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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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높이 200미터 이상 건물 20% 감소

500미터 이상 건물 ‘0’…2014년 이후 처음

2020년 최고층 건물은 뉴욕 131층 아파트


한겨레

2020년에 완공된 건물 중 가장 높은 뉴욕의 472미터 센트럴파크타워(세계 13위). EXTELL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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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 전염병은 가려진 자연의 모습을 복원해준 한편에서 줄곧 치솟기만 하던 인간의 욕구도 지긋이 눌러줬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인간의 활동 제한은 2010년대를 풍미했던 초고층 빌딩 붐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는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높이 200미터 이상 신축 고층빌딩 수가 2020년 2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높이 200m 이상 고층빌딩은 106개로 2019년 133개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2014년 105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학회는 최소한 9개의 초고층 빌딩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난해 완공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00미터 이상 빌딩도 26개에서 21개로 줄었다. 특히 2020년에는 500미터가 넘는 신축 빌딩이 전혀 없었다. 이 역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보고서는 "고층빌딩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많은 이에게 2020년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감소의 원인을 코로나에 두었다. 보고서는 1분기에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발생하자 강제적인 이동 제한, 비대면 조처가 취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많은 건축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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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공된 최고층 건물 2위인 뉴욕의 ‘원 밴더빌트’(427미터). 원밴더빌트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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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과 주거용의 부상…도심 마천루의 새 흐름
지난해 완공된 건물 중 가장 높은 건물은 높이 472미터의 뉴욕 센트럴파크타워다. 중국이 신축 세계 최고층 빌딩 자리를 5년만에 내줬다. ‘애드리안 스미스 앤 고든 길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1층짜리 아파트다. 40~490평에 이르는 초고급 주택 179가구로 이뤄져 있다.

2번째로 높은 건물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도 뉴욕에 있다. 높이 427미터인 이 건물은 90% 재활용 강철을 사용했으며 빗물 수집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새로 들어선 세계 최고층 건물 1, 2위가 주거용과 친환경 건물이라는 점은 갈수록 밀집도가 높아지는 도심 마천루 건축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다. 학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 최고층 상위 100대 건물 중 사무용의 비중은 36%로 2010년 61%에 비해 비중이 크게 줄었다. 그 자리를 사무용과 주거용이 섞인 복합용 건물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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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파크원 두 동은 지난해 전 세계 신축 초고층 건물 9위, 40위에 올랐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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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중 여전히 압도적…한국은 4개로 5위
중국이 최고층 순위에서 다소 밀린 데는 무분별한 초고층 빌딩 붐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부정적 시각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높이 5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새로 짓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규제 조처의 밑바탕에는 2000년대 이후 초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건설 부문 부채가 급증해 경제에 부담을 주고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주택도시농촌개발부 이름으로 발표한 새 지침은 ‘도시 건축물은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며 생태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현재 초고층빌딩 건축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지난해 완공된 초고층 건물의 절반(53%)은 중국에 들어섰다. 다만 그 숫자는 2018년 92개, 2019년 57개에서 지난해 56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신축 초고층 건물 수는 중국에 이어 큰 격차로 아랍에미리트(12개), 미국(10개), 영국(5개)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완공 건물 4개로 5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건설이 서울 여의도에 지은 파크원의 두 건물이 높이 338미터(68층), 261미터(52층)로 각각 9위, 40위를 차지했고, 이어 대림산업이 서울 성수동에 지은 49층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두 동이 높이 200미터로 공동 10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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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부의 편중이 바꾸는 마천루의 판도
학회는 올해는 코로나로 지체되거나 중단된 공사들이 재개되면서 높이 200미터 이상 건물이 125~150개 완공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높이 300미터가 넘는 것은 14~30개에 이른다. 학회는 그러나 이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완공될 빌딩 중 최고층 건물은 중국 우한의 지상 73층 사무·주거 복합건물 `리버뷰 플라자 에이원'(Riverview Plaza A1, 436미터)과 미국 뉴욕의 지상 84층 고급 아파트 `111 웨스트 57번가'(435미터)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거용 건물이 가장 높은 스카이라인을 차지하게 된다.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심 마천루의 무게 중심이 사무용에서 복합 및 주거용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세계화와 함께 극심해지는 부의 편중이 만들어가는 21세기 도시 풍경의 한 단면이다. 뉴욕 센트럴파크타워 분양가는 700만달러(약 77억원)에서부터 시작한다. 미국 언론들은 가장 비싼 것은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이런 초호화 아파트의 고객들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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