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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바이든 취임 D-1, 축제의 장 아닌 '요새'된 워싱턴···시민들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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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폐쇄···주방위군 2만 5,000명 투입, 역대 취임식 2.5배

군중 대신 '깃발 들판'···러 매체 "미국판 '미니 바그다드'"

바이든 워싱턴 입성···취임전야 행사는 코로나 희생자 추모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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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는 극도로 강화된 보안 속에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 워싱턴DC에 도착해 취임 태세에 들어갔다. 바이든 당선인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워싱턴DC 중심구역 내셔널몰에 있는 리플렉팅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로 취임식과 관련한 첫 행사에 나섰다.

삼엄한 경계 속에 내셔널몰 일대는 폐쇄됐고 취임식장이 마련된 연방 의사당과 인근 주요 도로도 통행이 차단됐다. CNN방송에 따르면 워싱턴DC에는 미국 전역에서 모인 주 방위군 약 2만 5,000명이 배치됐다. 이런 규모는 역대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약 2배 반가량 많은 수치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를 연결하는 여러 교량이 폐쇄됐고, 이들 다리가 위치한 포토맥 강과 아나코스티아 강 주변은 봉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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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당국은 워싱턴DC 중심부에 그린존과 레드존을 각각 지정한 상태다. 레드존에는 특별 허가를 받은 차량만 진입할 수 있고, 그린존에는 해당 지역과 관련성이 확인된 차량, 주민, 사업자만 들어갈 수 있다. 의사당 주변 그린존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날이 달린 '레이저 와이어' 펜스가 설치됐다. 주 방위군은 수 마일에 이르는 철조망을 체인으로 연결해 울타리를 만들었고 콘크리트 장벽도 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 워싱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중심지라기보다 군사 기지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영문보도채널 러시아투데이는 의사당 주변 그린존에 대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바그다드에 조성된 그린존을 연상시킨다"며 "아마도 취임식 날에는 '미니 바그다드'의 미국 버전이 될 것"이라고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DC 주민들도 긴장감 속에 취임식 행사 준비를 지켜보고 있다. 지역 주민 딜런은 "주 방위군이 시내의 거의 모든 지역을 폐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요크라는 시민은 "이 도시 주변에 이렇게 많은 군대와 경찰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만 매우 기이하게 느껴진다"며 "거의 디스토피아적"이라고 반응했다.

통상 미 대통령 취임식 때는 성대한 파티가 열리지만 지금 워싱턴DC는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치고 2만 5,000명의 주 방위군으로 둘러싸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군인들이 있는 유령도시이자 '무장 요새'"라고 전했다. 또한 워싱턴DC에 며칠 동안 축하 분위기가 이어졌던 이전의 취임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로이터는 주 방위군과 함께 경찰 등 보안 요원들이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면서 이는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폭동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작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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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취임식을 앞두고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보안상 제약으로 인해 워싱턴DC에 방문객이 거의 없다.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일반인 참석을 제한하는 대신 내셔널몰에 '깃발의 들판'을 조성해 성조기 19만 1,500개와 미국 50개 주 및 자치령의 깃발을 장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국 전역 국민을 대표하는 의미를 지닌다.

로이터는 "대통령 취임식은 일반적으로 보안 수준이 높은 행사"라면서도 "하지만 올해의 경계 조치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취임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워싱턴DC는 이번 주 내내 초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전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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