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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55조원 들여 전기차 개발한 폭스바겐, 테슬라에 판정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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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강자의 야심작, 시장서 기대 못미쳐

"약속했던 첨단 기술, 아직 구현 못하고 있어"

신흥 미 테슬라가 독일차 아성 무너뜨린 형세

지난해 현대차 4위…세계 전기차 경쟁 가열

헤럴드경제

독일 볼프스부르크 소재 폭스바겐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한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작업하고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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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폭스바겐이 5년간 약 500억달러(약 55조원)를 들여 개발한 전기차 ID.3은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끝내고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해 출시된 이 자동차의 실제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고,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D.3은 2019년 11월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동차 공장 가동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

저널은 ID.3이 주행하고, 코너를 돌고 멈추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애초 약속했던 꿈의 기술을 아직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의 프로그램 기술자들은 개발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원격 실행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속도와 목적지 등의 주행 정보를 운전석 유리창에 시현하는 기술도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초기에 이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수백가지의 소프트웨어 버그를 보고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수 년간의 개발 과정 끝에 지난해 6월 소프트웨어가 완비된 첫 차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가운데 수만명의 ID.3 구매자들은 새 소프트웨어 설치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해야 한다.

토마스 울브리치 폭스바겐 브랜드 e모빌리티 책임 이사는 "원격 자동 업데이트는 그 이후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다. 전기차 신흥 강자 테슬라를 꺾기 위해 달려든 세계 자동차 업체들 중 연구·개발에 쏟은 비용이 가장 많다.

지난 몇 년간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탄탄한 폭스바겐이 수십년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면 차업계 애송이에 불과한 테슬라를 단숨에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널은 그런 예상을 쏟아낸 자동차 전문가들이 당시 '전기차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면서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수준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소프트웨어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ID.3은 한 마디로 테슬라에 판정패한 셈. 폭스바겐이 심혈을 기울인 이 자동차가 이번 승부에서 힘을 못 쓰면서 제조사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상태다.

디스 CEO는 작년 자사의 효자 상품인 골프 8세대와 야심작 ID.3의 출시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자 독일의 강성 금속노조와 주주들의 반발 속에 퇴진 압력에 내몰렸다.

저널은 디스 CEO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매일매일 실제 권한은 없이 자리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실적상 ID.3은 지난달 기준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3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경쟁 모델에 비해 가격이 1만2000달러 정도 싸고, 독일 정부가 지난해 전기차 지원금을 높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모델S의 전 기술책임자이자 현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테크놀로지스 CEO인 피터 롤린슨은 "2008년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출시한 이후 언젠가 업계에서 진짜 강자가 나타날 거라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면서 "자동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독일차 회사에서 마침내 전기차가 나왔다. 그런데 테슬라만큼 좋지 않다"고 평했다.

디스 CEO는 최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이 새로운 세계에서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번영을 책임지려면 폭스바겐은 완전히 변화해야 한다"고 썼다.

폭스바겐은 올해 하반기 중 ID.3의 후속 모델인 ID.4를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GM, 포드, 르노, 푸조, 토요타 등 굴지의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올해 앞다퉈 신형 전기차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번 전기차 대전에서 낙오 여부에 따라 세계 자동차업계 지도는 새로 그려질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 통계업체 EV-볼륨즈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 세계 톱 5는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현대차, GM 순이었다.

6~10위는 BMW, 중국의 비야디(比亞迪·BYD), 독일 다임러 AG, 푸조·시트로앵 등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PSA, 중국 지리-볼보차 순이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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