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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80명 역대급 줄사표, 공수처 때문일까[theL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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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고위, 중견 법관 근무환경 불만 고조, '공수처 때문' 추측은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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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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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중견 이상 경력의 법관 80여명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인사 직전이 사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때이긴 하지만, 80여명이나 사표를 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표를 낸 법관들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전관 변호사에 대한 사건수임 제한 강화, 법원장 추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법조계에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공수처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21일 법원 안팎에 따르면 이날까지 법원장부터 지법 부장판사까지 중견, 고위 법관 80여명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급 판사 중에서는 김주현 수원고법원장(사법연수원 14기), 이강원 부산고법원장(15기),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14기), 문용선 서울고법 부장판사(15기)·김필곤 서울고법 부장판사(16기),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17기) 등이 법원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법 부장판사급 중에서는 김환수 서울고법 부장판사(21기)·이범균 서울고법 부장판사(21기)·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22기)와 김승표 수원고법 부장판사(20기)·손지호 수원고법 부장판사(20기)·강경구 수원고법 부장판사(24기) 등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을 중요보직을 거쳤던 핵심인력들도 다수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줄사표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변호사법 개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전관 변호사에 대한 사건수임 제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은 퇴임 후 1년 간 수임할 수 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법 부장판사, 검사장 이상 전관 변호사들은 퇴직 전 3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 동안 수임할 수 없게 된다. 법 개정으로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이 더 길어지기 전에 퇴직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근무환경 악화에 대한 불만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초부터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고, 결국 지난해 초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제도는 폐지됐다. 당시 해도 근로의욕이 크게 저하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여기에 김 대법원장이 법원장 추천제까지 도입하면서 법원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고위 법관들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고법 부장 승진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인사발령을 받아 법원장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장 추천제가 도입되면서 해당 법원 판사들의 추천을 받지 않으면 법원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무능력이 높아도 해당 법원 판사들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법원장으로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한 고위 법관은 "임명직이었던 법원장을 왜 선출직으로 바꾼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 조직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사표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 재임 이후 법원 요직이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연구회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법관 개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 신상털이도 유난히 많았다. 특히 지난해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박형순 부장판사가 집중 공격을 당했다. '박형순금지법'을 입법하겠다고 나선 여당 의원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이 판사를 향한 공격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책임론도 불거졌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판사들이 공수처 수사를 피하려고 사표를 낸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으나, 공수처와 연관짓는 것은 억지라는 게 판사들의 설명이다. 법관 비리가 있었다면 최소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때 적발돼 처벌받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당시 법원행정처까지 압수수색을 당했으나 금품수수 등 비리혐의가 포착된 법관은 아무도 없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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