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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기금 코스닥 투자 확대…"천스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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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개인투자자 위주 코스닥 시장 변화 기대
지수 1000 돌파 앞둔 코스닥 시장에 호재될 듯

정부가 국내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연기금 투자범위를 코스닥 시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고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운영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비중이 낮았는데,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이 지금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하면 주가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풍부해진 유동성이 주식 시장에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려 국내 주식 투자 범위를 다변화하고, 공모주 배정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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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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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추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기금의 수익률 평가 기준인 벤치마크 지수를 코스닥 등 작은 단위로 변경하도록 권고하겠다고 했었다. 이밖에 연기금 차익거래 시 세제 혜택, 연기금 투자풀의 코스닥 투자 확대 등도 거론됐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코스닥 시장 내 기관 투자자 비중 확대는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며 "최근에 자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이 실물 경제, 고용 부문으로 골고루 흘러갈 수 있도록 공적기관이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소식은 언제나 환영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개인 투자자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기관 자금이 추가 유입되면 코스닥 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3.5%포인트 증가한 88.2%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개인이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3174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0조4751억원, 1476억원을 순매도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은 기관, 외국인의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기관 투자자들 참여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기관 역할이 커지면 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들 관심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성장 산업 등 미래 먹거리가 포진해 있는 시장인 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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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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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기금 투자 비중이 늘어난다는 건 장기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꾸준히 오래 지원해줄 수 있는 주주가 생긴다는 건 당연히 반길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들 역시 이번 조치가 제대로 추진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아 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연기금이 수익률 달성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며 기업과 시장의 지렛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이른 감은 있지만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수반해야 할 리스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처럼 연기금의 투자 범위를 완만히 늘려가는 것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를 주도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랠리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지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꿈의 지수로 불리던 3000선을 넘어서면서 부풀었던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급등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코스닥과 중소형주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며 "1월 효과와 함께 연기금 코스닥 투자확대 방안 추진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어도 1월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1월 효과라고 한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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