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위한 어느 할머니의 시 ‘먹먹한 울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양의 묘지에 귀마개로 감싸진 정인양 사진이 놓여있는 모습.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추모하는 어느 할머니의 시가 누리꾼들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22일 인터넷 상에서는 ‘정인이를 위한 어느 할머니의 시’가 화제가 됐다. 과천의 한 할머니가 정인이 수목장 앞에 두고 간 시와 설빔을 네이버카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인 최수진씨가 촬영해 카페에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할머니는 정인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손편지와 함께 설빔도 손수 준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시를 쓴 할머니는 경기도 과천에 사는 심현옥 씨(70)로 확인됐다. 시인으로 활동했던 심 씨는 정인이에게 줄 옷을 닷새 동안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손주가 셋이라 정인이를 보면 남 같지 않아 남편이랑 며칠 동안 울다가 정인이에게 직접 가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를 본 네티즌은 “한참 눈물을 흘렸다”, “작은 몸으로 견디었을 그 고통을 몰라서 미안하다”, “정인이 꼭 할머니 설빔 입고 천사의 집으로 가길”, “저 세상에선 행복하게 웃고 있길 바래본다” 등의 댓글을 달며 정인양을 다시 한번 추모했다.

    〈정인이를 위한 시 전문〉

    정인이의 설빔 때때옷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친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아빠 다

    어디들 있는게냐?

    한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 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디었느냐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벌 지어 줄게!

    구름 한줌 떠다가

    모자로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 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지리산 호랑이도

    새끼를 잃으면

    할머니 울음을 울겠지

    아가야 아가야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뒤돌아 손한번

    저어 주고 가려므나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미

    천사 옷 입고 가야지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

    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서진 몸

    몰라 볼 수 있으니

    또박 또박

    정인이라고…

    아가야!

    너를 보면 이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

    2021.1.17 (일요일)

    -과천에서 할미가-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