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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바다 불청객' 괭생이모자반, 1월에만 작년 한 해의 1.4배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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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얼굴도…치료제부터 미용·비료까지 활용 가능성 '무한'

공기주머니 달고 바다 여행…15℃ 이상이면 기낭 잃고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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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
(서울=연합뉴스) 지난 18일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으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의 모습. 2021.1.24 [제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의 새해 첫 달 발생량이 이미 지난해의 1.4배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봄철에 국내로 대량 유입돼 수산업과 환경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괭생이모자반이 올해는 예년보다 규모를 키워 2개월 정도 일찍 찾아오면서 정부는 조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괭생이모자반을 각종 치료제나 화장품, 비료 등의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바다의 잡초'쯤으로 치부하기보다 '잠재적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1월에만 9천18t 유입…선박·양식장 피해 주지만 더워지면 폐사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월 국내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9천18t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입량(6천338t)의 1.4배에 이르는 양이다. 1월 유입량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해 유입량과 비교해서도 최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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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20년 괭생이모자반 수거량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괭생이모자반은 학명 '사르가숨 호르네리'(Sargassum horneri)라고 불리는 모자반과의 다년생 갈조류다.

작은 방석 모양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뻗어 나오며 보통 3∼5m 크기로 자라는데 수심 40∼60m 정도에서는 10m 이상으로 자라기도 한다.

한국에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은 대부분 중국 연안의 암석에 붙어살다가 파도나 바람에 의해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통 3∼6월 사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달 유입된 모자반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북서풍을 타고 왔다.

괭생이모자반은 수온이 15℃ 이하일 때 가장 잘 서식한다. 수온이 더 오르면 기낭이 부풀어 터지기 때문에 물에 뜨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현재 유입된 괭생이모자반도 여름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없어질 전망이지만 그 이전에 환경과 수산업에 커다란 손해를 끼치고 있어 신속한 수거와 처리가 필요하다.

바다에서는 선박의 회전용 추진 날개(스크루)에 휘감겨 운항을 방해하고 해안가에서는 경관을 해치고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겨 주민들을 괴롭힌다.

무엇보다 국내 수산물 수출 분야의 '효자 품목'이라 불리는 김을 포함해 다시마, 미역 등의 양식장에 엉겨 붙어 농사를 망치면서 어민들에게 가장 손해를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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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생이모자반 뜯어내는 어민
(서울=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안좌면 우목도 앞바다 김양식장이 중국에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으로 뒤덮여 있다. 한 어민 수확을 앞두고 김발에서 모자반을 떼어내고 있다. 2021.1.24.[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photo@yna.co.kr



◇ 해수부·지자체, 장비·인력 총동원해 수거…간접 비용도 막대

이 때문에 정부와 괭생이모자반이 주로 발생하는 전남, 제주도 등은 괭생이모자반이 찾아오는 철이 되면 수거와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전남지역에 누적 1천830명의 인력과 688대의 장비를 투입하고, 청항선과 어항관리선도 모두 2척을 투입해 수거 작업을 펼쳤다. 제주도에는 인력 272명과 장비 6대, 선박 3척을 투입했다.

두 지역을 합쳐 현재까지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1천884t이며 아직 수거량의 3.8배에 이르는 7천134t이 수거를 기다리고 있다.

해수부는 현장 수거 외에도 '괭생이 모자반 이동경로예측 및 피해저감방안 연구'에 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괭생이모자반 피해가 특히 심했던 2015년에는 김, 다시마 등 양식장 피해 복구를 위해 전남 신안지역에 3억5천600만원을 복구비로 지원하는 등 수거와 예방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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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하뉴스)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제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괭생이모자반에서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로리오라이드'(Loliolide)라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사진은 형광현미경을 이용해 세포 보호효능을 측정한 모습. 2021.1.24.[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 축농증 치료·노화방지에 '슈퍼푸드' 가능성도…"활용성 많은 기대"

최근 정부와 과학계는 이런 괭생이모자반을 단순히 폐기 처분하는 대신 인간 생활에 유용한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보고 있다.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괭생이모자반에 콧속 물혹(비용종)이나 축농증을 예방·치료하는 효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특허출원을 마쳤다.

이어 10월에는 해양생물자원관과 제주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괭생이모자반에서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로리오라이드'(Loliolide)라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해수부는 이 기술을 올해 안에 민간 기업에 이전하고 시장에 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괭생이모자반을 전복과 같은 양식용 생물의 먹이로 활용하거나 괭생이모자반 자체를 식품으로 섭취하는 연구도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은 "일본에서는 슈퍼푸드로도 활용할 만큼 인기가 좋다"면서 "해수부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활용 가능성에 많은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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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괭생이모자반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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