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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K명장 열전] (29) 자동차 정밀가공 금형 최고 기술 김현진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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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흠집도 허용 안 되는 현장…29년 동안 묵묵히 지킨 장인

가볍고 단단한 알루미늄 소재 차 부품 국내 첫 대량 생산 성공

"수많은 도전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실패 두려워하지 마라"

연합뉴스

금형 기술자 김현진 반장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제가 만든 금형으로 제작한 자동차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죠."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성우하이텍 김현진(57) 반장은 거의 30년 동안 차량 금형을 만든 기술자다.

똑같은 형태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금속 재질 형틀이 바로 금형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금형은 금속을 강한 압력으로 누르는 기계(프레스)와 특수 공구를 사용해서 재료를 절단하거나 성형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자동차에서 문(도어)이나 엔진 후드(보닛)를 성형하는 금형은 0.1㎜ 흠집도 허용되지 않는 아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성우하이텍 금형 공장에서 만난 김 반장의 얼굴에는 숙련기술자로서 자긍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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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하이텍 사상반
[촬영 조정호]



그가 대형 프레스로 찍어낸 알루미늄 재질 자동차 문에 조그마한 흠집이 있는지 살펴보고 동료들과 금형 제작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김 반장이 일하는 '사상반'은 쇳물을 부어 만들어진 금형의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하고 제품이 규격에 맞게 나왔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부서다.

신규로 금형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금형이나 파손된 금형을 보수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보통 자동차를 제작할 때 금형 설계, 금형 제작, 부품 제작, 조립 등으로 여러 단계를 거친다.

김 반장은 금형 제작에 앞서 금형 설계 단계에서 디자인팀과 조율을 할 정도로 핵심 작업자다.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신차를 설계하더라도 금형 제작이 뒷받침되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작업 효율화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디자인 설계를 최대한 반영한 부품을 만들도록 협업하는 것도 저의 역할입니다."

그가 일하는 작업장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신차(GV80, G80)에 들어가는 문과 후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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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하이텍 생산 자동차 부품
[촬영 조정호]



성우하이텍이 현대차에 공급하는 부품이다.

GV80과 G80 문과 엔진 후드는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6000 계열 소재로 만들어진다.

알루미늄 소재는 철보다 가벼워 차량 연비와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고급차와 전기차 등에 사용된다.

가격이 비싸고 금형으로 제품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특히 알루미늄 특성상 금속보다 성형하기 까다롭다.

가볍지만 금속처럼 단단한 특성이 있는 알루미늄 6000 계열 소재로 자동차 부품을 만든 것은 성우하이텍이 국내 최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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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하이텍 생산 자동차 부품
[촬영 조정호]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에 우리에게는 도전이었습니다. 당연히 실패도 거듭했죠. 금형 숙련기술인으로서 경험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결국 대량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알루미늄 금형, 생산, 조립 부문에서 우리 회사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김 반장은 이러한 성과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서로 다른 부품 2개를 용접하는 생산 공정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공정 단순화를 통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어 자동차 금형 기술에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

성우하이텍은 벤츠와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버티고 있는 독일에도 진출했다.

성우하이텍 독일공장(WMUB)은 BMW 3시리즈 차량 금형을 제작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BMW 측도 품질을 인정해 후속 차량 물량을 우리 회사에 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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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 기술자 김현진 반장
[촬영 조정호]



김 반장은 경북 문경 산골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거제도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일을 한 그는 철을 가공하는 일과 용접 기술을 배웠다.

성우하이텍으로 직장을 옮긴 이후 최고 자동차 금형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달려왔다.

그는 금형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일본 기업에서 기술 전수는 뒷전이고 허드렛일만 시켰지만 갖은 수모를 견뎌내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몇 시간씩 연습했던 시절도 있었다.

"29년 동안 금형을 제작하고 있는데 한 분야에 꾸준하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회사에서 최고 기술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어려운 것이 금형 기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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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하이텍 금형공장
[성우하이텍 제공]



금형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뜨겁다.

김 반장은 "알루미늄 등 경도가 강화된 신소재가 자동차에 적용됨에 따라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퇴근 후 집에서 고민해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빈 종이에 그려 다음날 금형에 적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힘든 금형 기술을 배우는 것을 기피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금형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년을 3년 앞둔 그가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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