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상화폐는 장기적으로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가 아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디지털 통화가 가져올 혁신을 환영하면서도 비트코인 등 현존하는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베일리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정치·경제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가상화폐의 재정립(Resetting Digital Currencies)' 세션에서 "지속적인 디지털 통화로 불릴 수 있는 설계·거버넌스에 도달한 가상화폐가 있는가"라면서 "솔직히 말해 그런 가상화폐는 없으며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공개 석상에서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는데 이 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베일리 총재는 "결제수단에 있어서 수년간 디지털 혁신이 이뤄진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국경을 넘나드는 송금과 지불 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아직 채워야 할 부분(Gaps to fill)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인 화폐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지불수단으로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질문은 결국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의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스웨덴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SNB), 캐나다은행(BOC) 등 6개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달 중앙은행에 의한 디지털 통화(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을 염두에 둔 평가그룹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의 문제를 포함한 익명성과 자금세탁 방지 대책 사이의 균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세션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거래와 공공의 이익이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뜨거운 논란이 될 여지가 있고,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데 있어 도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그는 "공익을 정의한 다음 상황과 기술에 적합하게 규제 틀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기술이 공익에 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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