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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매경춘추] 확찐자? 확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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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확찐자.'

코로나19 이후에 유행한 신조어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느라 활동량이 줄어 살찌는 현상을 감염 확진자와 연결시킨 단어다. 듣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지면서 나도 그럴 수 있기에 격하게 공감되었다.

게다가 퇴직 후에는 살찌는 걸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앞서 퇴직한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다. 퇴직과 코로나19가 맞물려 그야말로 '확찐자'가 되는 건 따놓은 당상인 셈이었다.

확찐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정규적으로 운동 지도를 받던 재직 시절과는 달리 퇴직 후 혼자 운동을 하려니 동력이 떨어져 자꾸 운동을 미루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코드가 잘 맞았던 이전 운동코치에게 조심스레 요청을 넣었다. AS 차원에서 당분간 운동 격려 톡 좀 보내달라고.

예상은 적중했다. 어렵게 톡을 받았으니 미안하고 창피해서라도 운동을 아니할 수 없었다.

격려 톡 덕분에 심하게 궂은 날 아니면 집 앞의 안산 자락길이나 집 뒤쪽 홍제천 길을 1시간가량 걸었고, 일주일에 3~4일은 어설프게나마 혼자 근력운동을 했다.

6개월 후 체중계에 올라섰다. 이게 웬일! 2㎏이 줄어 있었다. 몸무게 변화가 거의 없는 나의 20여 년 전 몸무게였다. 좋아한 것도 잠시. 혹시 그동안 운동으로 애써 만들어 놓은 근육이 빠져나간 게 아닌지 슬며시 걱정되었다. 즉시 보건소로 달려가 신체 성분 분석기를 체크했다. 결과는? 근육량은 늘고 체지방이 빠졌다. 역시~. 몸은 정직하며 인풋과 아웃풋은 정확하다.

많은 사람이 운동을 결심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해지기 십상이다. 의지박약이라며 애꿎은 자신을 나무라기 쉬운데 작심삼일은 뇌의 구조로 생기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운동 실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나는 왜 요 모양 요 꼴일까'라고 자책하는 대신 '어떻게 해야 매일 운동을 실천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운동 실천에 가장 큰 장애물은 '방문턱'이다.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핑계를 대며 번번이 방문턱을 넘지 못한 채 운동 결심이 저 멀리 사라졌던가.

혹자는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게 귀찮아서 운동을 자꾸 미루게 되자 잠옷 대신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는 침대 옆에 놓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걸림돌인 방문턱을 무사히 넘기 위한 묘안이다. 더 나아가 나처럼 격려 톡을 부탁하든,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이 하든, 아니면 휴대전화 앱을 사용하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디딤돌 삼으면 실천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비단 운동뿐 아니라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는 데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디딤돌의 도움을 받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확찐자'가 되었다는데 나는 '확준자'가 되었다. 공무원시험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운동코치가 꾸준히 보내준 격려 톡을 떠올릴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밀려온다.

[주혜주 마음극장 심리코칭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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