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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최정원 54일째, 조승우 41일째… 공연 중단 후 안타까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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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마주한 뮤지컬 스타

조선일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조승우. 개막이 연기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는 홍보 영상에서 "100년도 못 사는데 하루하루를 어떻게 의미있게 채워갈 것인가?"라며 "소확행을 하다 보면 꿈을 이루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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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못한 지 54일째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하는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자 ‘고스트’(디큐브아트센터)는 지난달 5일부터 멈춰 있다. ‘두 자리 띄어 앉기’(객석 30% 판매)를 지키며 적자를 감당할 순 없다고 신시컴퍼니는 결정했다. 중단된 기간에 판매 못 한 객석은 약 6만7000석. 다 팔리면 40억원어치다.

조승우에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샤롯데씨어터)는 5년 만의 복귀 무대였다. 지난달 18일로 예정된 개막을 못 한 채 41일이 지났다.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을 직관으로 들을 기회를 5만명이 날린 셈이다. 배우 김소현이 주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예술의전당)도 개막 연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2.5단계가 또 연장될 경우 프리뷰 공연(3회)을 끝으로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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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록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LG아트센터)가 멈춘 지 54일째다. 대형 뮤지컬들이 중단되거나 개막을 연기한 가운데 지난 22일 내한 공연 ‘캣츠’(세종문화회관)가 유일하게 막을 열었다. 예년 같으면 숨 가쁘게 돌아가야 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조명이 들어온 것은 50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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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의 최정원은 "공연 중단이 2주 만에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50일이 넘었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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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타들은 역병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고 있을까. 데뷔 30년을 넘긴 최정원은 “공연 중단은 처음이라 당황했고 속상했다. 이렇게 길어질 줄을 몰랐다”고 했다.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는데 공연장에선 두 자리를 띄어 앉으라니, 이해할 수 없는 행정명령”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기다림의 기술’을 물었다. “체력을 관리하면서 대학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와 ‘킹스 스피치’를 봤어요. 대본을 보며 ‘고스트’를 공연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재개됐을 때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고 그 어느 때보다 관객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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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배우 김소현. /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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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은 뮤지컬 ‘명성황후’ 프리뷰 공연에서 텅 빈 객석을 마주해야 했다. “마스크 쓰고 열심히 박수 쳐주는 관객들이 참 감사하고 소중했다”며 “언제 개막할지 불투명해 절망한 적도 있지만 내일 공연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열심히 연습하자는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에 더 감사하게 됐다는 뜻이다. 관객에게는 “반복된 예매 취소로 죄송한 마음이다. 공연장 감염 사례는 없었으니 안심하시고, 감동적인 공연을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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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주인공 신성록.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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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만 할 수만은 없다. 흔들리는 그들을 잡아준 기다림의 기술은 초심과 희망. 신성록은 “불안한 상황이 가라앉아 관객과 소통하며 교감할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조승우에게 ‘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 겸 돈키호테를 연기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룬 작품이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개막도 못 하고 있어 조심스럽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다만, 홍보 영상에선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힘든데 이 뮤지컬에서 조그마한 희망의 빛을 보셨으면 한다”며 좋아하는 대사 한 줄을 들려줬다. “이게 내가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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