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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한우의 간신열전] [68] 자리에 맞는 ‘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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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논어’를 이야기할 때 덕(德)을 ‘다움’으로 옮긴다. 그 이유는 임금의 덕과 신하의 덕은 내용상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금다움과 신하다움으로 구분을 하면 명확해진다. 한글 전용주의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하는 임금다움이란 무엇인가? 임금은 신하를 그 그릇에 맞게 부리는 것[器之]이 임금다움이라고 했다. 반면 신하는 좋은 계책이 있거든 바로 달려가 임금에게 올리고 밖에 나와서는 결코 자기가 한 것이라 말하지 않는 것이 신하다움이라고 했다. 이것이 충(忠)의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무슨 행사만 하고 나면 곧바로 나와서 억지와 항변을 해대는 탁모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신하다움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그를 애지중지하니 참 모를 일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그릇을 살피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21세기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자리는 조국-추미애로 이어지며 연속해서 법무부(法無部)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뒤집어 무법부(無法部)라고도 하고 법으로 속임수를 쓴다고 해서 법무부(法誣部), 법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며 마구 춤춘다고 해서 법무부(法舞部)라는 비판도 나왔다.

추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후보자도 만만치 않다. 지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탈법(脫法), 불법(不法), 편법(便法), 무법(無法)과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두 전직 장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참 왕법(枉法)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법을 왜곡해 잘못 적용하는 것을 왕법곡단(枉法曲斷)이라고 하는데, 후보자의 판사 시절 왕법곡단 사례도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인사권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기대난망(期待難望). 하긴 지난 4년간 장관 인사를 보면 그릇에 맞게 쓴 인물이 몇이나 될지 한 손의 손가락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한번 법무부(法無部)에 어울리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다움이 없는 인사권자 때문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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