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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기억할 오늘] 가부장과 합리의 동거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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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한국일보

잉바르 캄프라드가 드물게 즐긴 낭비적 쾌락은 중독 수준의 음주였지만, 그 역시 연 3회 단주로 건강을 회복하는 룰을 고수했다고 한다.ik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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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세계적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1926.3.30~ 2018.1.27)는 여러 전설적 일화를 남겼지만, 가장 불가사의한 것은 더없이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업문화에서 가장 합리적인 기업가로 성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저렴하고 내구성 있는 자재로 군더더기 없는 북유럽 미감의 가구를 합리적 가격에 통신 판매하는 전략으로 세계 가구 시장을 석권했다. 포장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을 최대한 분해해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게 했고, 내부 마감은 철저히 무시했다. 그로선 완제품의 보이지 않는 내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낭비였다. 한마디로, 분해에 최대한 저항하면서 제품 내부 미학까지 집착한 스티브 잡스 철학의 반대편 극단을 개척한 셈이었다.

쇼룸 매장을 지으면서도 최대한 헐한 교외를 고집했고, 최소한의 직원이 최소한의 수고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976년 '이케아의 성서' 격인 '성명서(The Testament of a Furniture Dealer)'를 역시 성서 스타일로 작성, 전 세계 직원이 공유하게 했다. 단순함이 미덕이며, 낭비는 죄악이라는 메시지였다.

스웨덴 남부 시골 스몰란드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6세 무렵부터 성냥팔이를 시작해 9세 때부턴 자전거로 이웃 마을을 돌며 연필과 성냥 등을 팔던 그는 자신의 철학으로 1943년 '이케아'를 설립, 숨지던 해 기준 아프리카를 뺀 전 대륙 29개국에 350여개 매장을 두고 32개 언어로 된 카탈로그를 갖춘 제품을 연간 476억 달러어치 파는 기업인이 됐다.

포브스 집계 세계 10대 부자였던 그는 이코노미 클래스 항공권에 저렴한 호텔과 식사를 고집하며 세일 때만 옷을 사 입고 낡은 볼보 승용차를 몬 검소함으로 유명하지만, 그건 이케아 임원들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는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스위스 별장과 스웨덴 및 프랑스 프로방스에 저택을 가졌고, 포르셰를 몰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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