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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엔씨소프트 '게이트 오프'제, 업계 노동 환경 변화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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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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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엔씨소프트가 월 최대 근무시간을 넘긴 직원들의 사내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 오프’ 제도를 도입한다. 과도한 근로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로 문제를 비롯 노동 환경에 변화를 불러올 지 주목된다.


27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게이트 오프 제도가 도입되면 월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한 직원은 회사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주 52시간제 기준으로 엔씨의 임직원 월 최대 근로시간은 208시간이다. 이를 초과한 직원은 사옥 1층 출입구 ‘스피드 게이트’에서 출입증을 인식해도 문이 열리지 않게 된다.


엔씨 측은 "최대 근무 시간을 초과해 일했는지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근무 시간을 모두 채운 경우에는 출근할 수 없게 해 직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 중인 만큼 시범 운영과 의견수렴을 거쳐 이 제도를 정식 도입할 계획이다.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악명 높다.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장 근무를 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가 관행이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게임업계 종사자 11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8%만 최근 1년간 평균 주당 40~52시간 일했다고 답했다. 52~68시간 근무한다는 응답은 15.6%였고, 68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도 11.1%에 달했다. 일상적인 초과 근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6.6%였다.


엔씨의 시도가 노동 환경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업계 특성상 엔씨의 방식을 마냥 좇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올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크런치 모드 발생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종사자들의 32.9%가 상시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게임 업계의 특성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시스템 오류, 버그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32.1%), 퍼블리셔 사업부 등의 급격한 변경 요구(18.0%), 경영진 또는 관리자의 인력, 예산, 시간관리 미흡(12.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종사자들은 ‘크런치 모드’의 필요성의 정도에 대해 55.5점(10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게임사의 경우 인력을 충원할 여력도 없고, 직원이 1명만 쉬어도 게임 개발이나 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면서 "주52시간제를 무조건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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