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도 뒷북 사과 대열에 합류했다. 남 의원은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로 지칭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남 의원은 이에 대해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민주당과 남 의원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결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 측의 줄기찬 요구에 미동도 하지 않았던 민주당이 아닌가. 사과는 고사하고 박 전 시장 성범죄 사건이 터지자 거꾸로 가해자를 두둔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피해호소인이란 해괴한 말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데 앞장선 것도 민주당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 등 혹독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 의원의 사과는 ‘사과를 위한 사과’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남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계의 대모’다. 그러기에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여성의 권익과 인권 문제라면 두 발 벗고 나서야 할 그가 되레 2차 피해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다면 그 책임은 달랑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의원직 사퇴 등 후속적 조치가 이어져야만 비로소 진정성이 인정될 것이다.
정치권 사과의 진정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기가 닥치면 일단 회피하고 막다른 상황에 처해야 비로소 사과하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사과가 그랬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권과 정치인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민주당과 남 의원의 사과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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