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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필동정담] 백신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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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침내 다음달 한국민도 코로나19 백신을 구경하게 된다. 비록 다른 나라보다 늦었지만 한국은 땅덩어리가 작아 미국보다 훨씬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대국민 홍보는 향후 접종 과정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전염병 사태에서 백신 무임승차는 "나는 백신을 최대한 늦게 맞을 것"이라는 접종 거부를 뜻한다. 그런데 신속한 접종으로 '집단면역' 효과를 키워야 함에도, 정부는 작년 말 백신 확보가 늦은 이유로 "세계에서 1·2등으로 한국이 백신을 맞는 국가가 될 이유가 없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이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평가 역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자, 국민에게 백신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감을 증폭시킨 정책 실패 사례였다.

경제학에서는 게임이론이 최적의 백신 공급 순서를 만드는 데 혜안을 제공해왔다. 예컨대 앨빈 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정된 자원인 장기(신장)를 가지고 기증자와 수혜자를 최적으로 연결하는 게임이론 설계로 201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백신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 역시 게임이론의 관점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염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을 우선 접종시켜 국가 의료 시스템에 항체를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로스 교수는 이후 우선순위로 '슈퍼 전파'의 위험이 있는 그룹을 찾아내 먼저 백신을 맞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인과 접촉 위험성이 큰 '택시·택배업' 종사자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제 재시동을 위해 학생들에게 먼저 접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부모들이 양육의 부담을 덜고 생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로스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거대한 '사회적 협력'을 도모하는 실험이다. 맞지 않겠다고 버티는 '개인의 자유'와 '공공 이익의 극대화'가 어떻게 조율될지 건국 이래 초유의 실험이 시작됐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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