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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왜냐면] 소외된 간암 환자 위한 보장성 강화해야 / 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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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원석ㅣ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월2일은 ‘간암의 날’이다. 이는 2017년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간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제정됐다. 간암의 날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간암 환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아득하기만 하다.

간암은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5년 생존율이 모든 암(70.3%) 및 국내 다빈도 암(유방암 93.3%, 위암 77.0%, 대장암 74.3%)의 절반 수준인 37%에 불과하다. 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암에서는 다른 암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지난 10년간 전이를 동반한 암의 생존율은 대부분의 암의 경우 18.7%에서 23.3%로 높아진 반면, 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암의 생존율은 3.0%에서 2.8%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러한 수치를 통해 간암 치료가 얼마나 까다롭고 치료 예후가 불량한지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간암 사망률은 10만명당 20.7명으로 폐암의 34.8명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특히 경제활동 주축 인구인 40~50대에서는 간암이 가장 빈번한 사망 원인이다. 간암으로 인한 국내 경제활동 주축 인구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의료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치료제 도입으로 점차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치료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복병은 다름 아닌 치료 비용이다. 간암은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항암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간암은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항암제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10여년 만에 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약 20개월 늘리고 사망 위험을 약 40% 낮춘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 10명 중 한명이 완치 가능성을 보였다. 그동안 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면 1년도 채 버티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이전 치료에 비해 현저히 적어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급여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더라도 건강보험급여 없이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항암제는 소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코로나19가 국민 건강뿐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생과 사의 경계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는 암, 그중에서도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간암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소외된 환자를 세심하게 돌보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는 늦지 않게 우리 사회 그리고 보건당국이 간암 환자를 품어주기를 다섯번째 간암의 날을 맞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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