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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언택트·비트코인"…스마트폰 시대 더 귀한 몸 된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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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그래픽카드(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요, 옛날 가격 생각하고 오시면 컴퓨터 견적 맞추기 힘들어요.”

서울 용산역 근처의 선인상가. 컴퓨터와 각종 부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곳 상인들에게 ‘컴퓨터 가격이 왜 이리 올랐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하나같이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상인들은 ‘그래픽카드 가격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푸념만 내뱉었다. 일부 가게는 ‘비트코인·이더리움에 빼앗긴 그래픽카드, 반드시 되찾겠습니다’라는 각오에 가까운 포스터를 내걸고 있었다.

“영상 편집·게임·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고성능 PC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다. 상담하러 오는 고객에게 ‘지금 PC를 사면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돌려보내는 게 현재 실정이다.” 선인상가 내 한 상인이 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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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가격 급증으로 인해 PC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한결같이 ‘지금 PC는 금값’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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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PC 귀하신 몸 이유는

▷핵심 부품 ‘그래픽카드’ 품귀 영향

“2020년에 IT업체들은 PC 사업을 전면 개편하거나 업계에서 철수해야 할 것이다.”

2016년 미국 IT 시장 분석업체 가트너가 PC 시장을 두고 내린 평가다. 당시 가트너는 2020년에 PC는 스마트폰에 밀려 수요가 없는 ‘저가 상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 PC 가격은 언택트·비트코인 열풍을 타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PC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부품은 CPU·그래픽카드·메인보드·메모리카드 4가지다. 4개 부품 단가가 PC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최근 PC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부품은 ‘그래픽카드’다. 온라인 컴퓨터 부품 가격비교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엔비디아 신형 그래픽카드 ‘RTX30’ 제품군 가격은 출고가에 비해 약 2배 정도 올랐다. 기존 제품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RTX30’보다 구형인 ‘RTX20’ 시리즈의 경우 엔비디아 측이 제품을 단종하면서 ‘대란’에 가까운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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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깜깜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기름 부어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은 급증한 수요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게임과 업무에 필요한 고성능 PC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덕분에 지난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3억대를 넘기며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PC 사용량이 늘면서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여기에 암호화폐가 기름을 들이부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하면서 채굴 시장으로 그래픽카드가 팔려 나간 것. 그래픽카드는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연산 과정에 필수품이다. 실제 국내 최대 비트코인 투자 커뮤니티 ‘비트맨’에는 ‘그래픽카드 채굴 꿀팁’ ‘비트코인 채굴 단가’ 등 채굴 관련 문의가 넘쳐난다. 한 컴퓨터 부품 도매업자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상가로 오기 전에 이미 다 채굴업자에게 팔려나간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인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가격 상승이 대란으로까지 이어진 데는 공급 부족 영향도 컸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AMD 등 팹리스업체들의 설계를 받아 파운드리 회사가 만든다. 실질적인 생산은 TSMC·삼성전자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가 담당한다. 엔비디아나 AMD가 그래픽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제조사 공장 생산에 여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주요 파운드리업체 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없다. 엔비디아 측은 올해 4월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PC 가격 상승세는 계속

▷6개월~1년은 가격 오른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PC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물류 비용 부담이 커졌다. 통상 반도체 제품은 항공기를 통해 유통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사들이 비행기 수를 줄이면서 항공 물류도 같이 감소했다. 운송 가능한 비행기가 줄어들면서 항공기 운행 비용이 증가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도 상당하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산 PC 부품에 적용했던 관세 인상 유예 조치를 해제했다. 적게는 7% 많게는 20%가 넘는 관세를 중국산 상품에 부여했다. 이에 맞춰 MSI·ASUS 등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공식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국내 한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는 “제조사 공급 여력이나 유통사 재고 물량 등 상황을 보면 그래픽카드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핵심 부품 가격이 여전히 비싼 만큼 PC 가격 역시 적어도 6개월간은 계속 오른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암호화폐 채굴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이밍 PC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는 아직 다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수요를 의식한 TSMC 등 업체의 생산라인 증설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은 최소 1년 이상 지속하리라 전망한다.”

문지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폐업 PC방 중고 컴퓨터 쏟아져도 PC 가격 상승 왜?

소비자 외면, 채굴 재활용으로 영향 미미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PC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재를 받으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코로나19 2차 유행 기간 동안 PC방 매출은 2019년에 비해 10% 규모로 줄었다. 3차 유행 기간인 11~12월에는 전년 대비 43% 수준이었다. 폐업하는 곳도 속출했다. KB금융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2·3차 대유행 전인 1~7월 동안 2746건이 넘는 PC방이 문을 닫았다. 피해가 더 심각했던 8~12월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 폐업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PC방 폐업 매장이 늘어날수록 컴퓨터 가격은 하락한다. 폐업한 PC방에서 중고 컴퓨터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역대급 폐업에도 불구하고 PC 가격은 치솟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유는 2가지다. 첫째, 폐업 점주들이 PC를 판매하기보다는 채굴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굴장으로 PC를 쓰기 시작한 것. 실제 각종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채굴장 전환을 문의하는 PC방 업주 문의 글이 급증했다. 커뮤니티에는 ‘놀고 있는 PC 150대를 하루 종일 돌렸더니 0.44이더를 캐는 데 성공했다’는 인증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둘째, PC방 컴퓨터의 중고 부품을 원하는 사람이 적다. 게이밍 PC 수요가 높아진 데는 지난해 하반기 쏟아진 ‘사이버펑크2077’ 같은 대작 게임 영향이 크다. 최신 게임의 경우 구식 그래픽카드나 CPU로는 구동하기 힘들다. 한 선인상가 조립PC업체 판매자는 “중고 부품으로 하면 싸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고객이 많다. 그러나 중고 부품은 고객들이 원하는 사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최신 게임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최신 제품만 찾기 때문에 중고 부품이 많아봤자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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