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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효자 만난 ‘효도폰’…자급제폰 찬스에 '알뜰폰 전성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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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운영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인 ‘알뜰폰 스퀘어’의 모습. 알뜰폰 시장이 지난해 말 부터 전성기를 맞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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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가 때아닌 전성기를 맞았다. 코로나19로 확산한 ‘셀프 개통’ 트렌드, 삼성전자·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로 ‘자급제폰+저렴한 요금제’ 조합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지난해 말 애플의 첫 5세대(5G) 스마트폰 아이폰12가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더니, 삼성전자 갤럭시S21 출시로 또 한번 탄력을 받았다.



아이폰12 이어 갤럭시S21 출시에 ‘활짝’



27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1을 단말기만 구매(자급제)한 비중은 전작인 갤럭시S20과 견줘 30%가량 늘었다. 삼성전자가 자급제 전용폰을 추가하고,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출시에 맞춰 가격 할인 마케팅에 나선 덕이다.

SK텔링크·KT엠모바일·LG헬로비전 등 알뜰폰 업계는 이들 중 상당수를 자신이 흡수했다고 평가한다.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은 지난달 대비 신규 일평균 가입자가 1.8배 늘었다. 주력 요금제인 ‘모두다맘껏 11GB+’의 경우 3.2배까지 증가했다. SK텔링크도 같은 기간 가입자가 1.5배 늘었다. 무엇보다 자급제폰으로 가입하는 유심 가입자가 증가했다.

업계는 아이폰12 출시로 이미 한 차례 가입자가 급증했던 터라 이번에 가입자 수가 다시 ‘점프’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7048만 명(2020년 11월), 이 가운데 알뜰폰 가입자는 900만 명이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순증 가입자는 4만394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8~10월만 해도 1만 명대 안팎이던 것이 아이폰12가 선보인 11월에만 3만 명대로 훌쩍 뛰었다. 5G 단말기로 통신 3사보다 저렴하게 4세대(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는 자급제폰의 장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5G 속도 품질이나 서비스 지역 등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를 흡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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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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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은 지난 2010년 도입됐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효도폰’ 이미지가 짙어 젊은층에서는 외면 받았다. 2014년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요금을 낮춰 가입자가 늘었지만 ‘반짝 호황’이었다. 심지어 이통 3사의 요금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던 2019년 하반기부터는 이용자 감소세도 보였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셀프 개통’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아이폰12 등장 이후엔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유심을 산 뒤 알뜰폰 홈페이지에 접속해 개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사실상 처음 맞는 전성기에 들뜬 분위기다.



“통신3사 자회사만 이득” vs “서비스 좋아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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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로고


다만 알뜰폰 시장에서마저 이통 3사의 자회사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통 3사 자회사로 등록된 알뜰폰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1.3%, 매출 점유율은 65.1%이었다. 국내에 알뜰폰 사업자는 64곳이다. 이 가운데 이통 3사의 자회사는 7개, 대기업 계열사는 15개, 중소업체가 42개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에겐 갤럭시S21 출시 효과가 ‘그림의 떡’이었다. 익명을 원한 한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이 따로 없어 프로모션은 꿈도 못 꾼다”며 “최소 마진으로 요금제를 내놓고 있어 할인 마케팅을 하면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회에는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사용자 편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통 3사에게 진입장벽을 치는 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일부 영세 알뜰폰 업체들은 고객센터 등 이용자 보호 시스템이 미비하다. 가입 해지나 개통 요청을 하는 데만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통 3사 관계자는 “(이통 자회사들이) 시장 정착과 확대에 기여한 부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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