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 체인점 게임스탑.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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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633.87포인트(2.05%) 하락한 3만303.17을 기록했다. 3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증시를 흔든 요인 중 하나로 '게임스탑'이라는 비디오게임 소매업체를 놓고 벌어진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 간 '공매도 전쟁'이 꼽힌다. 게임스탑은 이날 하루 134.84% 급등한 347.5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92.71% 상승한 147.98달러에 데 이은 것이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4일에는 17.25달러에 불과했다. 한 달 사이에 20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한물간 업체'의 주가를 급등시킨 건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매수였다.
이 종목의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사에 큰 손실이 예측되면서, 이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심리가 뉴욕증시 전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백기 투항한 곳도 있다. 이달 초까지 125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를 운용하며 월가에서 최고 실적을 자랑하던 멜빈캐피털은 큰 손실을 안고 이날 공매도 물량을 모두 메우고 떠났다. 앞서 멜빈캐피털은 25일 또다른 헤지펀드사인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27억5000만 달러(3조 607억원)를 긴급 수혈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힘의 역학이 바뀌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적어도 지금까지 크게 이기고 있으며, 즐기기까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백악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악관 경제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게임스탑과 최근 주가가 폭등한 다른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성명을 내고 "주식시장과 옵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변동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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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사태 뭐길래?
상승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사가 게임스탑을 전장 삼아 돈을 쏟아부으면서 생긴 일이다.
미국 비디오게임 체인점 게임스탑은 27일 하루 134.84% 급등한 347.5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인베스팅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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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의 상승을 주도한 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개인 투자자 모임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회원들이다. 이들은 약 보름 전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Chewy)의 공동 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탑의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호재로 여기고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월가의 헤지펀드사들이 게임스탑의 하락에 베팅했다는 소식이 레딧에서 퍼지면서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이기자"며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13거래일 만에 이 주식을 20배가 폭등시켰다.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사들도 지난 7일 간 공매도 베팅을 늘렸다. 그래도 주가가 폭등하자 저가에 공매했던 주식을 더 비싼 가격으로 되사서 상환하는 '숏 스퀴즈'에 내몰렸다.
S3파트너스의 이오르 두사니브스키 이사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27일 하루 만에 98억5000만 달러(10조 9660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까지 누적 손실 규모는 236억 달러(26조 2856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레딧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외에도 AMC(301.21%), 익스프레스(214.14%), 베드배스&비욘드(43.45%) 집중 매수해 이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27일 하루 동안 폭등했다. WSJ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가 명백히 분리된 상태에서 일어난 폭등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경제를 카지노처럼 다뤄온 월가가 역시 시장을 카지노처럼 취급하는 온라인 게시판 활동가들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일부 전문가는 이번 상황이 월가의 주류 기관투자자에 대한 포퓰리즘적 봉기라고 평가하지만 일부는 의도적인 시장조작을 의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문가들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한 투자라고 본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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