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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벨 에포크를 빛낸 아름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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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벨 에포크 시기의 대표적 미술 사조인 아르 누보의 기수 알폰스 무하가 그린 사라 베르나르 주연 연극 '지스몽다' 포스터의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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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의 벨 에포크는 특별한 시기였다. 프랑스의 정치적 격변기가 끝난 뒤 1차 세계대전 전까지 모처럼 찾아온 평화와 혁명에 가까운 경제적 번영, 문화와 예술의 부흥은 파리를 19세기 말, 20세기 초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바꿔놓았다. 모네, 르누아르, 달리, 피카소, 졸라, 프루스트, 드뷔시 등이 바로 벨 에포크를 빛낸 주인공들이다.

패션 전문가 칼럼니스트 출신인 저자는 흔히 언급되는 벨 에포크의 주역들 대신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들을 소환하며 시대를 재조명한다. 그 시작은 할리우드가 등장하기 전 가장 유명한 스타 배우로 꼽히는 사라 베르나르다. 그는 예술가의 창작 도구로 인식되던 남성적 시선을 깨트리고 주체적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예술적 심미안과 마케팅 수완까지 갖춰 아르 누보 사조를 이끈 알폰스 무하를 발굴하기도 했다.

무하가 베르나르 주연의 연극 ‘지스몽다’ 포서트를 그리고, 보석상이자 주얼리 다자이너였던 조르주 푸케의 매장 인테이러를 맡았다는 사실은 벨 에포크의 불꽃이 단지 예술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경제적 부흥은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이 화려하게 꽃피우는 토대를 만들어줬다. 기술 발전으로 장거리 이동이 쉬워지면서 여행 가방을 만들던 루이 비통은 세계적 명품 회사가 됐고, 중산층의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랑스 샴페인의 몸값도 뛰어올랐다.
한국일보

벨 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ㆍ심우찬 지음ㆍ시공사 발행ㆍ408쪽ㆍ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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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처럼 미술과 공예, 회화, 음악뿐만 아니라 건축, 패션, 마케팅, 디자인, 음식 등 문화ㆍ예술ㆍ경제 전반으로 관심사를 확장하며 벨 에포크를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여성이 사형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당연히 의정 연설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다”고 외친 올랭프 드 구즈와 모든 기자, 스태프를 여성으로만 구성한 잡지 ‘라 프롱드’를 이끌며 여성운동을 펼쳤던 마르그리트 뒤랑 등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변화를 짚기도 한다. 독일 가곡 리트에 비견되는 프랑스의 가곡 멜로디, 파리를 충격에 빠트렸던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 강대국들의 치열한 산업화 경쟁을 엿볼 수 있는 만국박람회 등은 당시 사회와 예술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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