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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정세균 "LG-SK 배터리 소송 부끄럽다"…합의 영향 미칠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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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도 빨리 해결하라한다, 남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닌지 우려"

기업 간 소송에 정치권이 부당하게 합의 종용 우려도, "양사 간 합의금 격차 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 2021.1.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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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2차전지 소송전에 대해 "정말 부끄럽다"고 언급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부 고위 관료가 두 기업 간의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구체적인 견해와 양사의 해결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향후 두 회사 간 배터리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간 양사 간 소송 전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5대 기업 정기 모임에서 조율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기업 간 다툼인 만큼 청와대 등 정치권의 언급은 자칫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어 공개적인 발언은 거의 없었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목동의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 'SK와 LG가 배터리 특허를 놓고 해외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제발 좀 빨리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LG와 SK,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이 3년째 소송 중이고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으로, 남이 누군지는 제가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 아실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말한 '남'은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를 빗댄 것으로, 전기차 시대를 맞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두 회사 간 소모적 다툼이 해외 라이벌 업체에만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의미의 발언이다.

특히 정 총리는 "제가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봤고, 통화도 해보고 만났다"며 "좀 낯부끄럽지 않느냐, 국민에게 이렇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되느냐. 빨리 해결하시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양사가 나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그리고 케이(K)-배터리가 앞으로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자기들끼리 그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런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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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소재 LG화학 본사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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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 향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은 오는 2월10일 예정으로, 결과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권이 합의를 종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우 지난달 양사 간 2차전지 소송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대해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든 법에 의한 결론이 나오고, 이를 근거로 한 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하기 전인 2019년 4월 당시 LG화학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 혐의로 고소하며 시작된 이번 소송전은 햇수로만 3년째 이어지고 있다.

ITC는 지난해 2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예비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10월5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10월26일로 판결을 연기했다. ITC는 다시 12월10일로 결정을 미뤘고, 오는 2월10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조기패소한 측이 판결 결과를 뒤집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SK이노베이션의 패소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재계에서는 양측 간 합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합의금 액수와 관련 LG 측은 조 단위를, SK는 천억원 대 등을 거론하는 것으로 안다"며 "양사 간 이견의 폭이 워낙 커 당장의 합의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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