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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류성의 제약국부론]흩어지면 죽는다…우후죽순 바이오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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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한 바이오 클러스터,산업 경쟁력에 악영향"

전국에 바이오 클러스터 16개 난립

원주, 대덕, 홍릉, 송도, 대구, 오송, 안동, 화순 등

최근 전남도, 보건복지부에 첨복단지 신청서 제출

"바이오 클러스터 통폐합,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한 곳에 뭉치게 하기 위해 조성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오히려 이들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사진=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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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클러스터가 지나치게 난립,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별다른 이바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한 지자체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서로 육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지역별로 무려 16개가 넘게 조성돼 있다. 인천 송도, 서울 홍릉, 충북 오송, 대전 대덕, 대구, 경기도 판교, 충남 서산, 충북 제천, 춘천, 진주, 제주, 화순, 안동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가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전남도가 보건복지부에 전남 화순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세우겠다면서 신청서를 제출,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제약·바이오 기업 및 의료기관을 한 곳에 모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약 5조6000억원을 투입해 신약개발 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 개발 지원센터 등의 단지조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9년 충북 오송과 대구에 대규모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한 바 있다.

오송과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바이오 클러스터로서 아직까지는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가 제3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오송과 대구 바이오 클러스터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대학과 연구소가 일정 지역에 밀집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제기능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소수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국내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클러스터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들과 연구소, 대학이 3각축으로 밀집해 있는 최적의 장소를 선별적으로 선택, 바이오 클러스터로 정부가 집중 지원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전국 각지에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분산되면서 집적을 통한 시너지는 거의 기대할수 없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매출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대략 24조원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대기업 1곳의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작은 규모의 산업을 두고 국내에만 16곳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난립하면서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바이오 국가경쟁력 순위를 조사 대상 54개국 가운데 26위로 발표하기도 했다.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클러스터의 뒷받침이 없이는 힘들다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이오 클러스터를 어떤 식으로든 통폐합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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