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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조짐에 "주가상승 노리는 불온한 세력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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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3세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7일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인 관계를 정리하고 주주권리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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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 주주권리 행사 나서

[더팩트|이재빈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타오르는 모양새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작은아버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상대로 주주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박철완 상무를 제외하면 박찬구 회장 일가의 지분 보유량이 15%에 못 미치는 만큼 외부 세력의 개입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개입이 예상되는 측은 IS동서와 국민연금 등이다.

◆ 박철완 상무, 경영권 분쟁 예고

28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보고자와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특수관계인이 아니라고 밝힌 셈으로 앞으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공시로 풀이된다. 박철완 상무는 보유목적으로는 주주권리를 행사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향후 주주총회 등지에서 이사진을 자신의 사람으로 구성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 셈이다.

박철완 상무의 공시를 게시한 법무법인 케이엘 파트너스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의 게재 의도를 묻는 질문에 이날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당장 답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상무가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7월 단행된 승진인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씨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켰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그의 형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 박철완 상무는 승진시키지 않았다.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서 평행선 구도를 달리던 박철완 상무와 박준경 전무의 후계 구도에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그간 금호그룹은 형제간 순차 경영을 이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시 형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보다 자신의 아들 박준경 전무를 먼저 승진시킨 것을 두고 박찬구 회장이 기존의 원칙을 깨고 박준경 전무를 차기 회장으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철완 상무는 가만히 있다가는 작은아버지에게 선수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선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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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케이엘 파트너스는 지난 27일 박철완 상무가 기존 대표보고자와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이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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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분 보유량만 보면 박찬구 회장 일가 판정승

당장 보유지분만 보면 박철완 상무가 열세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 금호석화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지만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총합에는 밀리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6.7%, 박준경 전무는 7.2%로 총 1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딸 박주형 상무의 지분 1% 가량을 합치면 15%에 조금 못 미치는 지분이 박찬구 회장 측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외부 세력의 등판 가능성은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IS동서가 유력한 후보자다. IS동서는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공시 의무 기준인 5%를 밑도는 3~4% 선으로 추정된다. IS동서가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후 박철완 상무 측에 설 경우 박찬구 회장 일가와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IS동서 관계자는 "회장이 아닌 임원진이 개인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며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개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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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좌측)과 박철완 상무가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했다. /더팩트DB, 금호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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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완 상무-권민석 IS동서 사장 사전 교감 있었나

하지만 IS동서의 참전 가능성을 마냥 부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주체는 권민석 IS동서 대표이사 사장이다. 1978년생인 권민석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05년 IS동서의 전신인 일신건설산업에 입사했다.

권민석 사장의 행보는 박철완 상무와 상당 부분 겹친다. 박철완 상무도 1978년생이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MBA를 수료했고 2006년까지 보스턴 컨설팅그룹에서 활동하다 2006년 금호그룹에 입사했다.

동갑내기라는 점과 연세대와 보스턴에서의 인연, 비슷한 시기에 가업에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만약 박철완 상무와 권민석 사장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다면 IS동서가 박철완 상무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평소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이었던 IS동서의 경향도 IS동서가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참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신빙성을 더하는 요소다.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의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7.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2019년 박찬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이유로 그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했다. 소액주주들도 박철완 상무가 배당 확대나 주주가치 제고 등을 천명할 경우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당사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여건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주가반영을 통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게 경영진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박철완 상무의 제안은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면서 단기적인 주가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시도하는 불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해서는 안 된다"며 "회사의 경영안정성과 기업 및 주주가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예정이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흔들림없는 지지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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