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출범하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출범한 후 내리는 선고인 점이 합헌을 예견케 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위헌 결정 시 예상된 법체계 타격과 소추 행정 혼돈을 피한 것은 다행스럽다. 공수처가 마지막 걸림돌을 거둬 내고 명실상부한 합헌기관으로서 법적 권위를 보강했다는 의미 역시 크다. 역사적 출발을 알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진 국민의 준사법기관으로 안착하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첫 헌법소원이 제기된 뒤 1년이 지나서야 판단이 나온 건 유감이다. 그 기간 법을 토대로 공수처는 탄생했지만 법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고, 특히 국민의힘은 헌재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서라며 이를 공수처 원천 반대의 근거로 삼기도 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갈등이 부과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이는 게 좋다. 앞으로 중대 현안에 관한 선고 일정을 정하는 데 있어서 헌재는 합리적 원칙을 세워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 장애물을 넘은 공수처는 차장 제청과 검사 등 수사인력 인선, 그리고 제1호 사건 확정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차장은 공소 제기와 유지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처장만큼이나 중요하다. 법은 차장 임기를 3년으로 하고 10년 이상 법조인 경력자 중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그런 차장 후보를 김진욱 처장은 복수로 제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청권과 임명권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둘 중 하나가 무력화한다는 철학에서다. 김 처장의 고유 권한이고 그의 견해가 일리도 있으나 제청권을 추천권으로 낮춘 격이며 입맛 맞는 사람을 고르라며 대통령에게 선택 폭을 넓혀줘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거라는 비판을 감안해야 한다. 적어도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만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둘을 제청하는 것이 답이다. 1호 사건을 두고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개연성이 거론되어 논란이 따른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가 그 사건을 맡는 것이 옳겠다고 말한 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물론 논쟁이야 있을 수 있으나 차장 이하 수사 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공수처가 1호 사건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든다. 첫 사건은 상징성이 크다. 공수처 라인업 이후 내부의 심사숙고부터 거치는 게 옳다.
신설 기관인 공수처는 지금부터 하는 것 모두가 선례다. 전범을 많이 만들어 이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후진들이 의존할 경로를 창출해야 한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으나 줄여야 한다. 막 걸음마를 뗀 기관에 달리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으나 으레 여론은 이른 성과를 바라니 참고는 하되 실수를 줄이고 신뢰를 쌓아가며 착실하게 득점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수처는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맞서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기관이다. 산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권력과 닿아 있는 사건을 다루기 일쑤이니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이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야 할 처장과 차장의 역할은 그래서 더 부각된다. 여야 정당들도 하나하나 마음에 드네, 안 드네 하면서 초창기 공수처를 흔들어대선 안 된다. 안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물론 엄격한 견제와 날카로운 비판은 예외다. 역설적이지만 공수처의 목표는 공수처가 할 일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경종을 울리는 것일 테다. 달성이 난망한 목표일지언정 그렇게 일로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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