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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丁총리 깜짝행보…LG·SK 배터리소송 합의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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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분쟁 끼어든 丁총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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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 총리는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가 해외에서 벌이는 배터리 특허 관련 소송에 정부가 직접 나설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에 "양사가 한 발씩 물러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K배터리에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사 최고책임자와 통화도 하고 만나서 '낯부끄럽지 않으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려서 되겠느냐'며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다"면서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미국 정치권도 나서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날 정 총리 발언에 담긴 의중과 향후 상황에 대해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결과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가운데 말 그대로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 총리는 '빠른 해결'을 주문하면서 미국 정치권까지 언급해 사실상 배터리 소송에 대한 합의를 압박한 모양새다.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다음달 10일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 총리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극적인 합의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ITC 결정이 불과 열흘 정도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느 한쪽의 패소로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업계 파장과 국내 여론 등에 대해 정부도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한국 정부에 배터리 분쟁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폭스바겐은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 배터리 대신 중국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로서도 고심이 크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하원의원 3명은 양사에 서한을 보내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ITC에서 한 회사가 부정적 판결을 받으면 미국 경제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행 가능하고 우호적이며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이 승리를 거둔 곳이다. 또 지난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는 민주당 의원 2명이 모두 승리하면서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정 총리 발언과 관련해 격앙된 반응도 쏟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연구개발과 투자로 쏟아부은 노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선례가 생기면 향후 어떤 대기업이 자사 기술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투자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는 것은 '영업비밀'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법의 무용'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민간 기업 분쟁 개입이 자칫 시장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LG와 SK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지난해 5~7월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IPR) 8건 모두에 대해 지난 13일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이 조사 개시를 거절하면서 양사의 장외전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이는 PTAB가 ITC와 동일한 안건에 대해서는 기각한다는 정책이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기조는 2019년 말부터 이어졌는데 그렇다면 SK는 왜 비용까지 들여 가며 8건을 신청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28일 정 총리의 발언 이후 양사는 일제히 입장을 표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송 관련해 당사는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며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진정성 있는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진행된 ITC 소송은 지금까지 최종 판결이 총 세 번 연기됐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연기 및 미국 정부의 부담 등 해석이 분분했다. 결국 LG·SK 배터리 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조 바이든 정부까지 넘어오게 됐다.

[이윤재 기자 / 신혜림 기자]


丁총리 깜짝행보…LG·SK 배터리소송 합의압박
丁, 양사 최고책임자와 통화
"낯부끄럽지 않으냐" 쓴소리

폭스바겐 등 해외 고객사들
정부에 "중국産 쓸 것" 압박
작년말 美정계서도 합의 촉구

LG·SK 모두 "해결에 최선"
일각선 "정부 과도한 개입"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 총리는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가 해외에서 벌이는 배터리 특허 관련 소송에 정부가 직접 나설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에 "양사가 한 발씩 물러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K배터리에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사 최고책임자와 통화도 하고 만나서 '낯부끄럽지 않으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려서 되겠느냐'며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다"면서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미국 정치권도 나서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날 정 총리 발언에 담긴 의중과 향후 상황에 대해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결과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가운데 말 그대로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 총리는 '빠른 해결'을 주문하면서 미국 정치권까지 언급해 사실상 배터리 소송에 대한 합의를 압박한 모양새다.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다음달 10일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 총리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극적인 합의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ITC 결정이 불과 열흘 정도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느 한쪽의 패소로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업계 파장과 국내 여론 등에 대해 정부도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한국 정부에 배터리 분쟁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폭스바겐은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 배터리 대신 중국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로서도 고심이 크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하원의원 3명은 양사에 서한을 보내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ITC에서 한 회사가 부정적 판결을 받으면 미국 경제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행 가능하고 우호적이며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이 승리를 거둔 곳이다. 또 지난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는 민주당 의원 2명이 모두 승리하면서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정 총리 발언과 관련해 격앙된 반응도 쏟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연구개발과 투자로 쏟아부은 노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선례가 생기면 향후 어떤 대기업이 자사 기술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투자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는 것은 '영업비밀'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법의 무용'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민간 기업 분쟁 개입이 자칫 시장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LG와 SK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지난해 5~7월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IPR) 8건 모두에 대해 지난 13일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이 조사 개시를 거절하면서 양사의 장외전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이는 PTAB가 ITC와 동일한 안건에 대해서는 기각한다는 정책이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기조는 2019년 말부터 이어졌는데 그렇다면 SK는 왜 비용까지 들여 가며 8건을 신청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28일 정 총리의 발언 이후 양사는 일제히 입장을 표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송 관련해 당사는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며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진정성 있는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진행된 ITC 소송은 지금까지 최종 판결이 총 세 번 연기됐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연기 및 미국 정부의 부담 등 해석이 분분했다. 결국 LG·SK 배터리 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조 바이든 정부까지 넘어오게 됐다.

[이윤재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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