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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정세균 “배터리 소송 남 좋은 일만 시킨다"… LG-SK, 막판 타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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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권도 해결 종용, 양사에 권유했지만 합의 못해"
정 총리 발언 후 양측 "합의 최선다할 것" 밝혀
한국일보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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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미국과 국내에서 3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와 SK에 대해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정 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양사의 법적 다툼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제발 좀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쌍용그룹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하는 등 18년의 현장 경험을 갖춘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와중에도 K-배터리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LG와 SK가 3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 봤고, 만나서 '좀 낯 부끄럽지 않느냐, 국민들에게 이렇게 걱정을 끼쳐도 되나?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를 했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3년째 수천억원의 소송비용을 들여가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비단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남이 누군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럽, 일본 등 경쟁국의 배터리 업체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K-배터리의 미래는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텐데, 자기들끼리 그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양사가 서둘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배터리 분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업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정 전에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이날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27일 열린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ITC 최종 판정 전후에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정총리의 발언 후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왔음에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정 총리의 이날 우려 표명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지 대표는 이어 "이런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정을 내렸으며, 최종 판정은 3차례 연기 끝에 다음달 10일(현지시간) 공개할 예정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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