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37선으로 올라..석 달 만에 최고
공포와 탐욕지수도 39로 `공포`에 가까워져
환율 하루 새 15원↑, 3월 팬데믹 이후 최대폭 상승
"실물경제·금융시장 괴리 좁히는 조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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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주식 시장을 둘러싸고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의 주가가 하루에도 두 세 배씩 급등하는 등 주식 시장 전반이 투기판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공포감으로 이어졌다. 미국 3대 지수가 2%대 하락한 데 이어 코스피 지수가 2%대 떨어지고 일본과 중국 증시가 1%대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조정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터졌듯이 이번 상승장도 붕괴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조정장이 침체된 실물 경제와 주식 등 금융시장의 괴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지, 주가 폭락으로 빚을 낸 투자자들의 신용 위험으로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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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지수는 시카코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 VKOSPI는 코스피200옵션 변동성 지수
출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한국거래소◇ 亞 증시 전반 조정..‘매수’에 쏠린 포지션, 변동성 자극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71%(53.51포인트) 하락한 3069.05에 거래를 마쳐 지난 18일(3013.93)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 4.36%의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2.50%(24.69포인트) 떨어진 961.23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일본 니케이225지수, 홍콩 항셍중국기업(H)지수 등도 1~2%대 하락했다. 증시 조정은 지난 밤,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가 2%대 하락했다. 작년 10월 28일 3%대 하락한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미국 개미들의 매수세에 게임스탑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게임스탑에 공매도 투자를 한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게임스탑발(發) 주식 변동성 확대가 투자 심리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기존 주식 등 다른 자산을 매도할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게임스탑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주당 18.84달러에 거래됐는데 27일 347.51달러까지 올라 무려 18.4배 급등하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커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37.21로 작년 10월 30일(38.02) 이후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VIX의 장기 평균선은 20선 수준이다.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CNN의 공포와 탐욕지수(Fear&Greed Index)는 39로 공포에 가까워졌다. 이 수치는 50을 기준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시장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하다고 보는데 일주일 전만 해도 65로 탐욕에 가까웠던 것에서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전일에도 55 수준으로 중립을 지켰다.
코스피200옵션 변동성 지수인 VKOSPI도 27일 29.41을 기록하고 있으나 지난 11일엔 35.65까지 올라 작년 6월 18일(37.30)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에 15.20원이나 오른 111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심했던 작년 3월 23일 20.00원 오른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27일(현지시간) 공포와 탐욕지수 (출처: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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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투자 심리가 한 순간에 공포로 바뀔 경우 ‘매수, 상승’으로 쏠려 있는 주식 거래 역시 순식간에 바뀌면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 풋옵션(Put option·팔 수 있는 권리) 거래량을 콜옵션(Call option·살 수 있는 권리) 거래량으로 나눈 비율인 ‘풋콜 레이쇼(Put/Call ratio)’는 26일 0.40 수준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더 크게 반영돼 있다. 풋콜 레이쇼는 통상 0.60 이하면 과매수권이라고 불리는데 현재는 콜옵션 거래량이 풋옵션보다 더 많단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조정장이 깊어지면 빚을 내 투자한 주식에 반대매매(증권사 강제 주식 매도)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 빚투 지표인 주식 신용융자 잔액은 25일 21조1500억원으로 이달 들어 무려 2조4000억원 가량, 11%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깡통계좌(자신 돈과 빌린 돈을 합쳐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융자금 이하로 떨어진 담보유지비율 100% 미만 계좌)가 속출할 위험도 있다.
닷컴 버블 때보다 증시 덜 올라..폭락장은 아닐 듯
그러나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처럼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폭락장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시 조정장이 올 경우 그동안 실물 경기 침체와 증시간 괴리에 대한 비판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건강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말, 연초 가파르게 올랐던 것에 대한 부담을 조정하는 정도이지, 심각한 조정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경기 펀더멘탈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백신 접종 등을 고려하면 회복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간) 갭을 메우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2000년대 닷컴 버블에 비하면 현재의 증시는 덜 올랐단 평가도 있다. 거품이 가장 많이 끼어있다고 하는 나스닥 지수는 3년간 83% 올랐는데 2000년 3월엔 285%나 급등한 바 있다. 또 버블 붕괴는 반드시 채권 금리 상승을 동반했는데 최근 채권 금리가 오르긴 했어도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이고, 우리나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 안팎을 오가고 있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변수 중 하나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두 달 간 자산 가격을 견인해 온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백신, 재정정책 기대감이었다”며 “자산 거품과 같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서 금융상황을 긴축시키고 경제활동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더 큰 피해를 입힐지는 상충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벅랜드 씨티그룹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춤 추는 것은 멈췄고 파티장 문 가까이에 있지만 파티장을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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