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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투자 윤리 찾기 어려워”…‘라임 사태’ 이종필, 징역 15년 선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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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29일 ‘라임 사태’ 관계자들 1심 선고

이종필 전 부사장 징역 15년·원종준 대표 징역 3년

“사모펀드업계 1위 범행…개인·사회 피해 매우 커”

“온 나라 떠들썩하게 만든 라임 사태 책임져야 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이른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사건 관계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부사장에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라임 사태’에 대해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상용)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수재·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 벌금 40억원, 추징금 약 14억원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징역 15년·벌금 30억원’보다 벌금이 10억원 더 높게 선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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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 2019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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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 떠들썩하게 한 책임져야”…이종필 혐의 대부분 유죄

앞서 이 전 부사장 등은 기존 펀드의 환매 자금으로 사용할 의도였는데도 마치 해외 무역펀드에 직접 투자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총 2000억원 상당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18개를 설정해 판매한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즉, 신규 펀드 투자대금으로 기존 펀드의 환매대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등에 투자했는데,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 등이 이듬해 11월 IIG 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역금융펀드 판매를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특히 부실 펀드 설정·판매를 이 전 부사장이 주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최고운영책임자(CIO)로, 자산 운용의 전권을 가진 채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실을 알리지 않은 채 (기존 펀드의) 환매 대금을 확보하고자 2000억 상당의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설정해 판매하면서 이른바 ‘돌려막기’ 식 운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 등이 라임이 운용하던 34개 무역금융펀드 중 IIG 펀드 등에 투자한 라임의 부실펀드 17개와 나머지 수익펀드 17개를 묶는 방법으로 투자 구조를 변경해 수익펀드 17개에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이 공소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IIG 펀드의 부실 발생을 알았는데도 모자형 구조로 변경해 나머지 17개 펀드까지 부실을 부담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모펀드 업계 1위였던 라임을 신뢰해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익은 고사하고 원금조차 받지 못하게 됐는데,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매우 크다”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라임 사태에 대해 이 전 부사장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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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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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찾아보기 어려워” 비판…원종준 등, 소극적 가담 인정

재판부는 또 이 전 부사장에게 별개로 적용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 350억원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명품가방·시계, 고급 자동차 등 1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악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라임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한 상장사 주식을 처분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 등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은 객관적으로 금융기관이 투자하기 어려운 리드로부터 청탁받아 35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며 14억원의 개인적 이익을 취득했는데, 투자된 돈은 여러 다른 회사에 제공, 금융범죄에 악용돼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고,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에 대해선 “금융투자업자의 의무를 저버린 채 다른 주주들에게 손실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에 대해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면서 업무수행에 잘못이 없었다고 강조했다”며 “수조원의 자산을 운용했던 금융투자업자가 지녀야 할 윤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을 산정하면서 이번 사태 발단인 ‘IIG 펀드의 기초자산 손실 발생’에 이 전 부사장의 책임이 없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특경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종준 라임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이모 라임 마케팅본부장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하기도 했다. 이 전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이번 범행에 소극적·제한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라임 대표이사와 마케팅 본부장으로서 범행에 가담했고,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작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본부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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