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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칼럼]사법농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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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감일근 논설위원

노컷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류호정 정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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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임성근 부산고법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 차원에서 추진하지는 않지만 의원 개인 자격의 탄핵안 발의는 막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의원까지 111명의 의원이 이미 탄핵소추에 동의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 수가 174명으로 절대 과반을 확보하고 상황에서 국회에 상정된다면 통과가 확실시된다.

탄핵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을 당시 이 사건담당 판사에게 '컬럼 내용이 사실무근이란 점을 판결문에 포함시켜달라'고 해 판사의 판결문 작성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했고 여권은 이를 근거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관을 상대로 한 탄핵발의는 두 차례 있었지만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발의는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두 번의 대법관 탄핵소추도 모두 국회에서 부결됐는데 임 부장 판사 건은 발의될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탄핵 추진에 대해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유도하기 위한 여권의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조국 전법무장관 관련 재판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권 인사들이 사법부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탄핵 사유가 판결의 잘잘못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점을 문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야당 주장은 설득력이 반감되는 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임 부장판사가 다음 달 퇴임한다는 점을 들어 탄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 등 필요한 절차를 고려하면 퇴임 전 효력이 미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효성 여부와는 별개로 탄핵소추 그 자체가 갖는 정치, 사회, 사법적 측면의 의미는 분명히 있다. 사법부 독립성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각인하는 의미와 함께 법관도 직에 걸맞지 않은 행위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던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규정을 제대로 운용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사법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립성과 신분 보장이 아무렇게나 해도 책임을 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 사법부는 막강한 헌법적 권한에 기대어 판사들의 불합리한 판단과 무능까지도 보호받아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아동 성착취범 손정우에게 법원이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자 한 외국 기자가 한국에선 극악한 아동성착취범과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범인의 형량이 같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 우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 판결은 우리 사법부의 부끄럽고도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지위가 높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온갖 아전인수식 논리를 동원해 선처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오죽하면 직접 처벌하겠다며 '디지털교도소’까지 등장했다.

예나지금이나 우리 국민의 눈에 비친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사법부에 대한 일반의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현실에 사법부는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판결, 황당한 판결의 배경에는 판사의 재량권을 돈과 바꾸는 법조계의 먹이사슬과 사리분별력과 감성 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판사들의 무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사법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왔지만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았다. 이제 민주화의 진전과 높아진 국민 의식 수준에 걸맞게 사법부도 변해야 하고, 또 변하도록 자극도 필요하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옳고 그름 판단하는 최종 심판자이고, 그 판단과 결정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규칙과 기준이 된다. 사법부가 건강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명하고, 치우침 없이 공명정대해야 한다.

부디 이번 탄핵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서, 결코 훼손돼선 안 될 사법부 독립 문제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고, 사법부 또한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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