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종이 채색화 `화가 난 우향`(68x86㎝).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람을 닮은 부엉이들이 눈을 치켜뜨고 있다. 뭔가 단단히 뿔이 난 모양이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이 1960년대 아내 우향 박래현(1920~1976)을 그린 이색 초상화 '화가 난 우향'(종이에 채색, 68×86㎝)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에 걸렸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우향 탄생 100주년 기념전 '박래현, 삼중통역자' 순회전으로 청주에서만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생전에 운보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내를 '부엉이'라고 불렀다. 네 자녀를 낳은 우향이 집안일을 마친 밤에야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늘 깨어 있었고, 고단했고, 무척 예민할 수밖에 없던 아내에 대한 운보의 예리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청주는 이 예술가 부부의 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운보는 아내와 사별 후에 어머니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운보의 집'을 짓고 아내와 추억을 기리며 여생을 보냈다.
이번 순회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에서 열리는 첫 근대미술 전시이기도 하다.
덕수궁과 동일하게 1부 한국화의 '현대', 2부 여성과 '생활', 3부 세계 여행과 '추상', 4부 판화와 '기술'로 구성된다. 관람객이 우향의 일생과 예술을 담은 영상을 먼저 접한 뒤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해 이해도를 높인다. 2층 쉼터 '틈'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인 '태피스트리 제작 워크숍'이 진행된다. 일상의 오브제(재료·사물)와 실을 활용했던 우향의 태피스트리 작품과 연계해 '관람객 상설 체험 워크숍', 청주 지역 작가 이선희가 주도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헌 옷을 잘라서 편물 재료로 사용하고 실, 가죽끈, 비닐, 철사 등 다양한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태피스트리와 대형 직조 벽면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