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미얀마 군부는 1일 쿠데타를 감행,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와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주요 인사들을 구금한 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제공=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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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던 미얀마가 또 다시 군부 쿠데타에 휩쓸렸다.
1일 로이터·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 총선 당시 부정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켜 수 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새벽 벌어진 쿠데타 이후 국영 TV·라디오방송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방송을 중단했고, 수도인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의 인터넷과 전화는 먹통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이번 쿠데타로 군부가 지지하는 군 장성 출신 민 쉐 부통령이 새롭게 실권을 잡을 것이라 관측하기도 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1일은 지난 해 11월 치러진 총선 이후 첫 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수 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는 지난 총선에서 476석 가운데 396석을 획득, 군부 연계 정당에 압승을 거두며 단독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총선 승리 이후 수치 고문과 NLD는 1962년 네 윈의 쿠데타 이후 53년 동안 이어졌던 군부 지배를 끝냈던 2015년 총선 승리에 이어 문민정부 2기를 이어가며 민주주의를 확고히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총선 이후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연방단결발전당(USDP)는 총선 유권자 명부와 실제 투표자 간 860만명의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과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군부 역시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특정 상황에선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군부의 쿠데타 움직임에 UN과 현지 주요국 대사 등 국제사회가 경고를 보냈으나, 결국 군부가 1일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참모총장/제공=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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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독재 미얀마 군부, 또다시 ‘쿠데타’ 카드
제2차 세계대전이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미얀마는 독립 이후 각지에서 벌어진 분리주의 운동 등으로 곧바로 전국적인 내전에 휩싸였다. 무능한 민간정부를 대신해 ‘조국 수호’를 내세운 미얀마 군부는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 윈 정부를 필두로 미얀마의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며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왔다.
군부독재에 대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 윈이 내세운 버마식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패와 군부에 대한 불만으로 1988년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친의 간병을 위해 영국에서 귀국했던 수 치 고문이 민주화 투사의 삶을 시작한 계기였다.
서방의 압력에 못 이긴 군부는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며 1990년 총선을 했고, 수 치 고문이 창당한 NLD가 82%의 지지를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88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던 신군부는 또 다시 총선을 무효화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 치 고문과 NLD가 2015년 총선에 승리해 문민정부를 열었고, 2021년 2기 문민정부를 시작하려던 찰나, 또다시 군부 쿠데타가 반복된 것이다.
2015년 집권 이후 군부 영향력 줄이기에 나선 수 치 고문은 총선 승리 이후 군부정권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군부정권에 의해 제정된 헌법은 국방·내무·국경경비 등 치안과 관련된 3개 부처의 수장을 군부가 맡고,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75% 이상의 찬성표를 규정하고 있어 군부의 동의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하다.
군부의 지지기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데다,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NLD가 선출 의석의 80%를 석권하며 새 회기를 시작하려 하자 군부가 또 다시 쿠데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쿠데타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과 호주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를 비판, 수 치 고문을 포함한 구금된 인사들을 신속히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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