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탄핵안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법관의 일탈행위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아전인수일 뿐이다. 1심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에 대해 "재판부에 대한 권유나 조언 정도로, 재판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본 기자 사건을 심리한 재판장도 "독립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심 법원이 언급한 '위헌성' 또한 항소심에서 법리 공방이 진행 중이라 최종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국회법상 '법사위 회부 및 조사' 없이 탄핵안을 밀어붙인 것도 절차상 흠결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이 탄핵 강행을 서두르는 것은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속셈 때문일 것이다. 임 판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이미 1년 전에 내려졌는데 그 판결의 일부분을 근거로 이제 와서 문제 삼고 있으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보다. 그는 여당이 주도한 판사 탄핵에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시무식에서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 공격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딴판이다. 말로는 사법부 독립 수호에 앞장서겠다고 해놓고 권력 간섭이 현실화되자 모르는 체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도 "(사법농단 의혹)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해 빈축을 샀다. 사법부 수장은 일선 판사들이 헌법적 책무에 따라 엄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외압을 막는 병풍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권과의 코드를 이유로 여당의 '판사 길들이기'에 눈을 감는다면 사법부 독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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