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명 북한 외교관 류현우
“딸 미래 위해 한달 준비 한국행”
류씨 딸 “인터넷 맘껏 써서 좋아”
CNN “장인 전일춘, 김정은 돈 관리”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1일(현지시간)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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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한국에서 개명)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강력한 국제 제재가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내는 만큼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1일(현지시간)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기꺼이 핵무기 감축 협상을 하겠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 방식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대이란 핵 협상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미국 전임 행정부는 전체주의 국가와 협상도 하기 전에 비핵화를 요구해 협상을 교착 상태로 몰아갔다”며 “미국도 비핵화에서 물러날 수 없지만, 김정은 일가도 비핵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요인”이라며 “현재 대북 제재는 전례없이 강력한데 이는 계속돼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협상으로 이끌어낸 요인은 제재 조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리아 근무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그 경험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러시아·중국·독일·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하는 이란 핵 합의를 체결했다. 2010~2013년 시리아에서 근무한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시리아 내전 발발 전까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재래식 무기를 파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 부부는 2019년 딸의 미래를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고 한 달가량 준비한 뒤 그해 9월 실행에 옮겼다. 비밀리에 준비를 마치고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딸은 충격을 받았으나 “좋다”고 답했다. 그 길로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류 전 대사대리의 딸은 “(한국의) 새집에서 제일 좋은 점이 뭐냐”는 물음에 “인터넷을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고 CNN은 전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외화벌이 현장에서 북한의 실상을 목격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외화벌이 할당량을 채워야 했고,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인접 국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1만여명은 ‘현대판 노예’로 취급당하며 외화를 벌었다. 이들이 번 외화는 핵무기 프로그램 등 김정은 일가의 선호 순위에 따라 쓰였다. 하지만 2017년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쫓겨났다.
류 전 대사대리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 협상을 하면서 크게 밀린 인권 문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북한 정권에 심각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망명 후 후회한 한 가지는 연로한 어머니와 세 형제, 장인·장모를 북한에 두고 온 것”이라며 “탈북자의 남겨진 가족은 처벌받는 일이 많다. 21세기에 이런 봉건적 가족 처벌 방식이 존재해 끔찍하다”고 했다.
CNN은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김정은 일가 비자금과 노동당 자금 관리, 외화벌이를 총괄했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이라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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