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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이슈크래커] "셀트리온 공매도 타도"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 개인들이 동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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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43) 씨는 최근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에 기존에 있던 주식을 팔고 공매도 잔량 1위인 셀트리온을 대량매수했다.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와 같이 공매도 세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적어도 미국처럼 공매도한 헤지펀드의 사과 정도는 듣기 위해 '반(反) 공매도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게임스탑'의 선례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반 공매도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반대 운동'을 펼치며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등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향후 '한국판 게임스탑 사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투데이

(정대한 기자 vish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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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연,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셀트리온·에이치엘비가 중심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투연은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날 성명서에서 "공매도는 1년 더 금지한 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미국의 게임스탑처럼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집중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투연은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주주 연합과 동학 개미들의 지원을 끌어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하고, 나아가 미국 내 개인투자자 로빈후더와도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게임스탑 매수를 이끌어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상징이 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의 이름을 따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 KSB) 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투연이 지목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공매도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2조598억 원, 에이치엘비는 30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서는 셀트리온에 이어 넷마블(1504억 원), LG디스플레이(1449억 원), 호텔신라(1042억 원) 등이 뒤를 이었으며, 코스닥에서는 에이치엘비에 이어 케이엠더블유(1925억 원), 펄어비스(1184억 원), 신라젠(786억 원)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3월 16일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실상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공매도 물량을 갚을 수는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3월 16일 기준 1202만 주의 공매도 잔고 수량이 쌓였지만, 공매도가 중단된 동안 꾸준히 줄면서 1월 28일 기준 616만 주가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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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한투연 카페 게시글 캡처)


개미들이 운동에 동참한 이유? "공매도 세력은 똘똘 뭉쳤는데…"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왜 '반 공매도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일까.

장성훈 씨는 "우리나라의 공매도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그동안 제약·바이오 주가 아닌 우량주에 투자했지만, 공매도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기존의 주식을 팔고 셀트리온을 매수했다"며 "공매도 세력은 똘똘 뭉쳤는데 개미들은 다 분산돼 있었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게임스탑' 사례처럼 공매도한 회사의 사과 정도는 듣고 싶어서 운동에 동참했다"고 했다.

주식 투자 경력만 20년째인 사업가 박지훈(50대) 씨는 "딱딱하고 경직된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씨는 "공매도를 하는 헤지펀드의 목적은 무슨 수를 쓰든 오로지 수익만을 내고자 함이다. 이는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된 주식시장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며 "공매도를 박살 내고 싶지만 그럴 힘은 없으니 하루 한주씩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운동에 동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솔직히 미국의 게임스탑과 같은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매수해놓은 주식으로 증거금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 게임스탑 현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시장과 금융당국, 그리고 공매도 세력에게 영향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매도 세력에게 언제라도 개미들이 뭉쳐서 대항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나아가 실제로 그렇게 만들만한 동학 개미들의 금융자산이 있다는 것을 공매도 세력이 알게끔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수입 자동차 회사 부사장인 A(47) 씨도 "공매도의 참뜻은 주식 시장의 거품을 없애고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함인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공매도는 돈벌이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공매도 구조상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동참 배경을 설명했다.

A 씨는 "실질적으로 한국 공매도 세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공매도 세력에 큰 영향을 주기보다는 현 정부에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하기 위한 작은 메아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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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민들의 반란'에 롤러코스터 주가 연출하는 게임스톱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의 유니언 광장 인근에 위치한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의 매장 앞으로 28일(현지시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빈후드 등을 비롯한 온라인 거래 플랫폼들은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를 제한했다. 전날 135% 급등했던 게임스톱은 이날 44% 폭락해 롤러코스터 주가를 연출했다. jsmoon@yna.co.kr/2021-01-29 07:51:15/<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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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비슷할 수는 있어도 미국만큼은 어려울 것" 예측


'반 공매도 운동'이 미국의 게임스탑 사례처럼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보지만 미국과 달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한가' 제도가 존재하는 탓에 공매도 전쟁을 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와 비슷한 현상이 한국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는 30% 상한가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기 때문에 강도나 규모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의 게임스탑은 1600%까지 올라갔는데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상승률을 보이기는 사실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운동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처럼) 미국의 상환 기간과 국내 상환 기간이 사실 크게 차이는 없다. 주식 대차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상환 기간을 결정하는 방식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며 "마진 거래 같은 경우 우리나라가 상환 기간이 짧은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리테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거라서 이번 사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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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김용범 차관 (서울=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2.2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2-02 08:27:41/<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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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약세…정부 "반 공매도 운동 예의주시할 것"


국내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의 핵심 종목으로 지목돼 급등했던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2일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4.18% 내린 35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에이치엘비는 1.76% 하락한 9만4800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개인과 기관 순매도였으며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매수 우위였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게임스탑 사태를 우려한 외국인이 공매도한 주식을 갚으려고 다시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앞서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 금액 1위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반 공매도 대장주'로 거론되면서 전날 14.51%, 7.22% 상승한 바 있다.

이날 정부에서는 '반 공매도 운동'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게임스탑 사태'와 같은 군집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탑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참가자들의 군집 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며 "'충분한 금융지원'과 '금융안정 추구'는 일견 상충하는 정책과제들로 볼 수 있겠으나 코로나19 위기의 온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금융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정대한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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