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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메아리] 판사 탄핵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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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반 판사를 다른 판사가 감싸
그래도 ‘위헌적’ 빌미 요건 너무 넓어
삼권분립의 헌법원리 훼손 안 돼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이소영-이탄희-박주민-전용기(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임성근 법관탄핵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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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시끄러운데 판단은 쉽지 않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에 연루됐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 말이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된다.

이미 임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판사 출신 의원 주도로 한때 동료였던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도 이채롭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단을 할 것이다. 판사의 사법 농단에 대한 판단 문제가 법원 판결을 거쳐 국회로 갔다가 다시 헌재로 가게 된다. 우리 사회가 판사 한 명의 행위에 대해 소위 국가 최고 기관이라는 '무려' 3곳의 판단과 결정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기는 하다.

여당은 무죄 판결과는 별개로 임 부장판사의 행동이 ‘위헌적’이라는 데 주목한다.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 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판결문에 근거한 것이다.

비록 법리적 이유로 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위헌성이 인정된 만큼 탄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탄핵이 가능하다면, 탄핵 요건이 광범위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권이 특정 판사의 행위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면 국회의 '자의적' 탄핵이 발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현ㆍ전직 판ㆍ검사와 변호사, 학자에게 물어봤다. 탄핵이 필요할 정도로 위헌 소지가 있나, 또 국회가 이런 방식으로 탄핵을 추진해도 되는 것인지 등에 관해서다.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다음은 그들의 반응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분명히 헌법을 위반한 판사를 다른 판사들이 계속해서 무죄 선고하는 것을 보다 못한 이탄희 의원 주도로 헌재로 가서 탄핵해 판사들이 서로 감싸지 못 하도록 하려는 거다.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니까 국회가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어차피 재임용 신청도 안 한 판사를 탄핵하는 것은 시체에 칼질하는 거다.

#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명백히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될 수는 있으나 아무리 친정권 인사들로 뭉쳐 있다 한들 헌재에서 탄핵 결정은 안 나온다고 본다. 만약 탄핵이 결정되면 나라는 망한다고 봐야 한다. 이탄희 의원은 똑똑하고 운동권적 시각을 갖추고 있으나 ‘기회 포착’에 강한 인물이다.

#국회는 정치를 하는 곳이고, 탄핵 제도가 정치적인 제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왜 선거를 앞둔 이 시기에 되지도 않을 것을 할까. 그렇게 중요한 헌법적 이슈라고 생각했으면 그때 했어야한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다른 이슈를 잡아먹게 하는 여러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탄희 주장을 못 이기는 척 들어주면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다. 어차피 헌재에서 탄핵이 안 될 것이니 뒤탈도 없다. 자기들에 대한 재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법원의 권위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들의 지적처럼 애초 탄핵 발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탄핵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하지만 탄핵의 과정은 정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에는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 이러한 정치 과정을 통해 헌법 정의를 구현할 수도 있고, 판사들에게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여 정치권이 판사 길들이기를 통해 법원을 장악해 앞으로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맞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머릿수가 많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도 크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판사 탄핵 추진으로 정치 영역이 삼권 분립이라는 중요한 헌법 원리를 훼손하는 역풍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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