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공정하지 못한 재판 한 법관들에 경고 의미"
2018년 11월 19일 법관대표회의 |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한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 일산 사법연수원 밖에서 떨면서 중계를 준비했습니다. 손석희 당시 앵커가 질문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국회에서도 아직 탄핵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위헌이라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 결의문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혹시?"]
'국회' 논의가 활발하지 않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과연 법관 탄핵이 추진되겠느냐는 취지였습니다.
◇ 실종된 논의...잇단 무죄와 변호사 개업
제 예단은 사실상 틀렸습니다.
2년 넘게 국회는 논의를 '묵혔'습니다. 공론화하지 못했습니다. 국회는 '그냥 무시'하고 있었고 논의는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은 "사법부가 판사 탄핵 소추에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관대표회의의 결의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판사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사회를 관통한 여러 굵직한 이슈들에 밀려 '사법농단'은 옛이야기로 전락한 지 오래였습니다.
〈YONHAP PHOTO-3043〉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임성근 법관탄핵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왼쪽부터), 이탄희, 박주민, 전용기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과 관련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2.2 zjin@yna.co.kr/2021-02-02 15:24:4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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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뒤늦게나마 의결정족수 151인을 넘긴 161인 발의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됐습니다. 본회의 표결은 4일, 이를 앞두고 법관 탄핵 이슈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함께 탄핵이 추진됐던 이동근 판사는 제외됐습니다.
◇ '사법부 길들이기' 비판도..."법관 자성에서 시작"
시기적으로 늦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가 180일 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구두진술을 필요로 하는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잔여 기간은 불과 25일입니다.
시점상 불리하지 않냐는 제 질문에, 이 사안을 오래도록 지켜봐온 한 판사는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기 만료된 임 판사를 상대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릴 거라고 예단하는 게 정치적"이라고 했습니다. 헌재가 언제 판단을 내릴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YONHAP PHOTO-4726〉 민주당,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사실상 탄핵추진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이 이르면 29일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자유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2021.1.28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2021-01-28 20:44:1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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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법부 길들이기' 지적에 대해서는 "법관 사회의 자성에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아직 현직에 남아 있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이 많습니다. 검찰에서 비위 행위가 있다며 대법원에 판단을 넘긴 법관 수만 66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법관 정기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22일자로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명예퇴직처리 됩니다. KTX 해직자 해고무효소송에 관련된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은 인물입니다. 대법원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징계를 받았다가 재판에 복귀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도 포함됐습니다. 이른바 행정처 사찰 문건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도 사표를 내 퇴직하게 됐습니다.
이번 법관 탄핵에 대한 판단은, 법관은 '무소불위의 권력' 아니고 위법 위헌적 행위를 한 것이 맞다면 법복을 벗어야 할 수 있다는 '경종'의 의미를 지닙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 논의,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론이 내려질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지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내용을 다시 한번 봅니다.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공무원이 법을 어긴 사안에 헌재 판단은 어땠는지, 되새겨봅니다.
"결국 피청구인(박근혜)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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