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가 쓴 <사피엔스> 책날개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답은 뭘까?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가 허구를 말할 수 있어 지구에서 주인이 됐다고 한다. 다른 말로 풀어쓰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일 것이다.
많은 동물은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갖고 있다. 사자가 나타났을 때 서로 통하는 언어로 위험을 전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사피엔스는 보이지 않는 허구를 말할 수 있다. 그 덕에 인간은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은 한 집단의 전설을 만들고 한 민족의 신화를 낳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으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협력이다. 많은 사람이 같은 믿음을 더 많이 공유할수록 그 믿음은 힘이 되고 현실이 된다. 이렇게 힘을 모은 사피엔스는 자신보다 더 크고 추위에도 강했던 네안데르탈인을 절멸시키고 지구에서 주인이 됐다.
사피엔스의 이런 특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은 우리 주위에서 금방 찾을 수 있다. 금을 생각해보자. 고대 이집트 이전부터 사람들은 금이 돈과 같다고 믿었다. 옛날엔 금빛이 바래지 않아 불멸한다고 믿어 가치 있다고 여겼다.
바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흔해 빠진 요즘엔, 금은 희소해서 자산가치가 있다. 그래서 달랑 3.75g 한 돈에 25만 원이란 큰돈을 내고 금을 산다. 한국은행도 외화보유액 가운데 일부를 금으로 갖고 있다.
최근에 금뿐만 아니라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이 얘기에 자주 오르내린다. 2020년 1월 1비트에 8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12월 4천만원 초반 가격까지 급등하면서다.
비트코인이 금처럼 될지를 놓고 여러 생각이 오간다. 온라인결제 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고 기관투자가도 투자하면서 변동성이 이전보다 줄어 비트코인이 금처럼 안전자산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비트코인 급등 현상은 늘어난 유동성과 투기 자본이 몰린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될까? 사피엔스의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이 확산하고 더 많이 공유된다면 비트코인도 금 같은 안전자산 지위를 이어받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전에 꼭 해둬야 할 게 있다. 비밀번호를 잊지 말라. 디지털지갑 비밀번호를 까먹어 3천억원에 가까운 비트코인을 날릴 위기에 놓은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정혁준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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