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개발해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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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출범 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올해 ‘중금리대출 확대’ 전략을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부합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방점을 찍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지만, 그 속에는 ‘순이자마진’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숨겨져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그리고 올해 상반기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두 ‘중금리 대출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중금리대출 강화로 호실적을 낸 저축은행까지 중금리 대출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순이익 11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137억원) 7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산 규모 역시 전년 대비 15% 증가한 26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신용대출 증가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잔액은 20조3133억원으로 전년(14조9000억원) 대비 5조원이 증가했다. 대출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자이익만 4080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건정성도 향상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13.45%를 기록하며 금융당국 권고치(14%)에 미치지 못했지만, 12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20.03%까지 끌어올렸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됐다는 뜻이며, 이에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 잡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성장세에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중금리대출을 내세웠다. 이유는 순이자마진(NIM)에 있다. NIM은 금융기관의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NIM 1.68%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의 NIM과 비교하면 0.1~0.3%포인트 정도 높았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2년간 NIM은 변동 폭이 컸다. 2018년 말 2.07%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9년 4분기 1.41%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신용대출이 증가하면서 다시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 이자의 지속적인 증가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대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의 가계신용대출 중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4등급 비중은 무려 93.5%에 달한다. 반면 중신용자인 5~6등급은 5.54%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신용자의 가계신용대출 자금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고자 시중은행에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신용자들이 접근성이 뛰어난 카카오뱅크를 통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고신용자 대출이 몰리면서, 최근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고, 최저금리도 0.34%포인트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상품은 고신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도는 1억원이지만 최저금리가 연 2.70%이며, 평균 5분이면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고신용자 대출은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를 지속해서 받아야 한다. 반대로 주식시장의 흐름이 꺾인다면, 고신용자들의 대출이 그만큼 감소하게 되고 대출 이자도 줄어든다. 시중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고신용자 대출 상품 경쟁에서도 변별력이 차이가 없어진다. 카카오뱅크가 중금리시장으로 뛰어든 이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를 모두 아우르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라며 “고신용자와 중신용자를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는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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