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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헌정사 최초의 법관탄핵안을 가결했다. 대상자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데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국회는 4일 오후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경우 국회의장은 즉시 소추의결서 정본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등본을 헌법재판소와 피소추자(탄핵소추의 대상자)와 피소추자가 소속된 기관장에게 송달해야 한다.
임 부장판사는 소추의결서 등본을 송달받는 즉시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권한행사 정지는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다. 그 동안 임명권자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피소추자의 사표를 수리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임 부장판사의 법률대리인인 윤근수 변호사는 "공소장과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사실상, 법률상 평가를 한 다음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사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4일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 절차가 이뤄졌다"며 "(법관 탄핵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을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지나 기억이 희미했고 두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눠서 제대로 기억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전날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사표수리를 거절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때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김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김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취하고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여론도 있다. 한 판사는 "직무상 위법성을 가지고 재판 받는 사람의 사표를 받아주는 게 통상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법 농단 때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법원을 자유롭게 떠나 문제가 많았다"며 "(임 부장판사도) 사표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을 알고 간 것이다. 녹취도 다 했는데 아주 계획적"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탄핵심판을 형사재판에 빗대자면, 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가 검사 역할을 맡고 피소추인이 피고인 입장에 서서 재판을 진행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회를 대표하는 소추위원으로서 검사 역할을 수행한다. 소추위원이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 그때부터 탄핵심판에 개시된다. 이때 심판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첨부할 수 있다. 사건부호는 '헌나'가 부여된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이 곧바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따르면 피청구인이 탄핵소추 사유와 동일한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을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탄핵 인용, 기각 여부는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제시했던 기준이다. 탄핵심판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주문은 탄핵인용의 경우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로 결정된다. 탄핵기각의 경우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결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직까지는 임 부장판사가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탄핵을 인용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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