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24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에 위성 143개를 실어 우주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2017년 인도에서 발사한 PSLV 로켓에 탑재됐던 소형 위성 104개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로켓 발사에서 마지막 위성 사출까지는 약 90분이 소요됐다. 로켓에 탑재된 위성 143개를 모두 우주공간으로 내보내는 데는 30분이 걸렸다. 첫 위성 분리는 발사 이후 59분 만에 시작됐고 팰컨9은 약 17분간 위성 133개를 사출시켰다. 이후 약 15분간 궤도 수정 작업을 거친 뒤 남은 스타링크 위성 10개를 분리했다. 143개 위성 모두 태양동기궤도(SSO)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태양동기궤도란 500~800㎞ 고도에서 태양에 대해 항상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는 궤도다. 이 궤도는 지구의 고정된 위치를 항상 일정 시각에 통과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물체 변화를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외부 위성 133개는 500㎞ 고도의 태양동기궤도에 사출됐다. 나머지 스타링크 위성 10개는 궤도수정장비(TOS)를 통해 40㎞가량 추가 상승한 뒤 540㎞ 고도에서 분리됐다.
스페이스X는 어떻게 로켓 하나에 143개나 되는 위성을 탑재하고 안전하게 우주 궤도에 사출시킬 수 있었을까. 위성의 '소형화'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위한 위성 10개와 외부 소형 위성 133개가 이번에 발사됐다. 스페이스X가 사용한 팰컨9은 우주비행사를 태운 크루 드래건 캡슐도 탑재했던 로켓이다. 다만 이번에는 승객으로 우주비행사가 아닌 소형 위성을 태운 셈이다.
크기가 작다 보니 위성을 사출시키는 작업 또한 간단하다. 볼펜을 생각하면 쉽다. 각 위성은 소형 사출통에 담긴 채 발사됐다. 사출통 내부는 스프링과 분리벽, 위성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사출시킬 순간에 분리벽을 제거하면 튀어나오는 스프링 힘으로 위성이 분리되는 원리다.
이번 임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2019년 머스크가 발표한 '소형 위성 승차공유(SmallSat Rideshare)'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기 때문이다. 과학적 연구를 위한 발사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사업으로 머스크가 승차공유 개념을 도입한 배경에는 점점 늘어나는 소형 위성 활용이 자리 잡고 있다. 소형 위성 수요가 늘면서 이들 소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필요성이 커졌다. 스페이스X 승차공유 서비스는 날짜나 궤도에 따라 다르지만 무게 485파운드(약 220㎏)짜리 위성을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발사시켜준다. 고객은 다른 고객과 함께 위성을 발사하지만 로켓 전체를 구매할 필요 없이 '위성 탑승료'만 지불하면 된다.
그동안 로켓은 중대형 위성을 '메인 위성'으로 탑재한 채 발사됐다. 소형 위성은 남는 자리에 함께 껴서 발사됐다. 로켓은 메인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주고, 소형 위성은 주변 궤도에 두고 오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중대형 위성은 자주 발사되지 않기 때문에 소형 위성만을 위한 발사 시장이 열렸다.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중대형 위성을 기다리느니 원하는 날짜와 궤도에 소형 위성을 올릴 수 있는 스페이스X 승차공유 서비스는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궤도 진입 서비스를 제공해 기쁘다"며 정말 우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이번에 쏘아올린 외부 소형 위성 133개 중 120개는 '큐브샛'으로 알려졌다. 큐브샛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 정도인 약 1.3㎏의 초소형 위성이다. 성인 여성도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 크기다. 트랜스포터 1에 참여한 다른 위성들 역시 500㎏이 되지 않는 소형 위성이다. 이들 소형 위성은 대부분 연구 활동이나 대형 위성 발사를 위한 테스트 임무를 수행한다.
큐브샛 위성 자체는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 큐브샛의 위상이 달라진 건 각종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부터다. 초소형 부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큐브샛 성능도 다른 소형 위성 못지않아졌기 때문이다. 개발부터 발사까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필요한 중대형 위성과 달리 큐브샛은 매우 저렴히 발사할 수 있다. 개발 기간도 1~2년 정도로 짧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꼭 필요한 데이터만 얻는 '핀셋 임무' 등에 큐브샛이 많이 사용된다. 실제로 미국 인터오비탈시스템은 연구용 큐브샛을 현재 발사 비용을 포함해 2만2000달러(약 245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소형 위성이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군집 위성 기술' 때문이다. 머스크의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성능이 좋은 위성 하나가 모든 작업을 맡는 게 아닌 '가성비' 좋은 소형 위성 여러 개가 단순한 업무를 각자 수행하는 개념이다. 부품 소형화와 IT 향상으로 소형 위성 성능이 좋아져 가능해졌다. 군집 위성 기술의 최대 강점은 반응 시간에 있다. 대형 위성 한 개는 긴 주기에 걸쳐 돌아오지만, 군집 위성은 많은 소형 위성이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소형 위성의 인기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유로컨설트 분석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간 500㎏ 이하 소형 위성이 약 890기 발사됐다. 유로컨설트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는 7배 증가한 약 6200기의 소형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 위성 수만 개를 저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머스크의 상상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이종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