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무선 합의했던 '13% 인상안' 유력
첫해 인상율 뿐 아니라 '연간 인상율' 관건
'무기 구매' 연계될 경우 실제 부담 늘 수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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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연간 인상률은 얼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다년계약'으로 정해질 경우, 첫 해의 인상률 뿐 아니라 그 다음해부터 매년 얼마씩 늘려갈지도 주요한 변수다. 2014년 타결된 9차 협상까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은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인상하되, 그래도 상승률이 4%는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했다.
지난해 한국이 방위비를 첫해에 13% 인상하는 제안을 미국 측에 했을 때도 관건은 매해 인상률이었다. 5년 협정으로 했을 때 첫해에 13%를 올려주고 이듬해부터 7~8%씩 인상하면 결국 마지막 해인 5년차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50% 인상, 즉 13억 달러(한국 돈 약 1조 5900억원)를 맞춰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연간 인상률 상한선을 유지할지 여부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인 이유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연간상승률을 정하는 원칙은 이번에도 과거 전례에 따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항목을 신설해 총액 혹은 인상률 증가를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SMA 틀과 원칙을 지키는 게 우리 입장이며, 이는 항목 신설을 전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준비 태세' 관련 새 항목을 만들어 총액 인상을 압박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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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타결 대가로 무기 구매?
CNN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의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내용이 합의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무기 구매는 원칙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정 밖의 사안이다. 한·미가 이면에서 무기 구매와 방위비 협상을 연계해서 모종의 거래를 할 수는 있어도, 이를 협정에 공식적으로 포함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국 측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때부터 "한국이 SMA의 틀 밖에서도 무기구매를 통해 한·미 동맹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방어 논리를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게 '그렇다면 무기 구매를 통해 동맹 기여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방위비 협상과 맞물려 무기 구매가 이뤄지더라도 한국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막 출범해서 동맹 복원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무기 구매 청구서부터 내밀지는 않을 거란 예측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무기 구매가 이뤄진다면 결국 어떤 무기를 받느냐가 관건인데, 미국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 장비를 제공한다면, 중국 견제도 되고 한국 무장력 증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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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동맹 참여 얼마나 요구할까?
바이든 행정부가 13% 인상안에 합의하는 걸 일종의 '양보'로 여길 경우 한국에게 동맹으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 등 동맹의 역할 확대 문제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자주 제기되곤 했다. 이같은 일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대중압박 이니셔티브에 대한 참여 등이 거론된다.
"동맹을 갈취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행정부도 결국 트럼프 행정부 당시 논의됐던 방위비 협상안 중 유리한 부분을 '체리 피킹'(Cherry Picking)해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미측에 양보할 건 양보하더라도 한국이 요구할 부분은 확실히 챙기는 자세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정치적 결정에 많이 휘둘렸던 건, 결국 방위비 협정이 본질적으로 '총액 제도'이기 때문이었다"며 "이번 협상에서 총액형의 소요형 전환 논의, 협정의 투명성 제고 등 제도 개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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