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이재영·다영(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학폭)' 사건으로 체육계 학교 폭력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 흥행을 이끈 이재영·다영 자매는 중학생 시절 동료 선수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이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는 등 체육계는 학폭 사건에 대해 엄정 대응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도 학폭 과거가 폭로돼 더는 경기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배구 스타들의 '학폭 과거'에 팬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과거를 처음 폭로한 피해자들은 지난 10일 올린 글에서 중학교 배구부 숙소와 훈련장에서 괴롭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재영·다영 자매가 밤에 숙소에서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켰으나 계속 거부하자 '흉기'를 가져와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쌍둥이 자매가 금품을 갈취하거나 몸을 꼬집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으며, 경기에서 지면 피해자들을 방에 집합시켜 오토바이 자세(얼차려)를 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욕설했다는 내용도 있다.



송명근·심경섭의 학폭 피해자도 이들과 함께 운동했던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고 13일 온라인에 글을 게시했다. 이 피해자는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는 지시를 받다가 구타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가 고환 봉합 수술까지 받았으며, 이후 가해자에게 'XX 터진 놈'이라고 불리는 모욕까지 겪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글이었지만, 이재영·다영 자매와 송명근·심경섭은 과거 학교 폭력을 저질렀음을 시인하며 뒤늦게 사과했다.

이후에도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현직 배구 선수들의 학교 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배구계 학폭이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하자 10여 년 전의 일로 지금까지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려온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입을 연 것이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도 있지만, 피해자들의 학폭 진술 내용은 구체적이다. 14일 한 피해자는 중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다른 여자 배구 선수에게 학폭을 당했다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전했다. 이 글에 따르면, 가해자는 기합을 받다가 우는 피해자에게 바가지를 가져와서 '눈물, 콧물, 침을 뱉어서라도,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우라'는 등 폭언을 했다. 이 피해자는 또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집에서 지내다가 숙소로 돌아오자, 아침 식사 당번이 밀렸다며 새벽에 혼자 밥을 차려야 했고, 공으로 얼굴을 맞아 쌍코피가 났을 때는 머리를 박고 코트를 도는 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16일에는 한 프로배구 구단 신인 선수에 관한 추가 폭로 글도 올라왔다. 중·고등학생 때가 아닌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폭로 글 작성자는 "온갖 욕을 3년간 학교생활 중에 들었다"며 "모든 행동에 꼬투리를 잡고 밀치고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피해자는 "왜 사냐.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써니'(영화) 춤을 춰주겠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는 등 피해를 당해왔다며 지금까지 스포츠 관련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글을 올린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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