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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법조人터뷰] 보이스피싱 잡는 '저승사자'…약자 눈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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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수단
출범 3년째 253명 구속시켜
7개 기관 협업 '시너지 모범'


더팩트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검사들이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종화·박종호·김은정 검사, 홍완희 단장, 이근정 부부장 검사, 한두현 검사./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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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장우성·정채영 기자] 보이스피싱은 영화까지 등장할 만큼 최근 가장 대표적인 민생 침해 범죄다. 국경을 넘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법도 갈수록 악랄해진다. 올 1~9월 피해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검찰을 비롯한 범정부적 역량을 총결집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홍완희 단장·합수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2022년 출범해 올해로 3년째를 맞은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저승사자'다. 28일 기준 720명을 입건해 253명을 구속했다. 지난해에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암약하며 5년간 560명에게 108억원을 가로챈 조직 총책에게 징역 35년 선고를 이끌어냈다. 보이스피싱범에게 내려진 역대 최장기형이다. 지난 8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가상계좌 7만2500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총책 등 4명을 입건하고, 3명을 구속기소했다.

지난 6월 부임 직후 대형 계좌유통 조직을 와해시킨 홍완희 3대 합수단장은 "1,2대 단장님과 구성원이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발전한 수사기법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공을 돌렸다. 어떤 수사기법이길래 이같은 개가를 올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밝힐 수는 없지만 과거보다 확실히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합수단은 '시너지'의 전형도 보여주고 있다.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있지만 경찰, 국세청, 관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7개 기관 전문 인력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파견 인력들도 검찰과의 협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절실히 느끼고 만족한다고 한다. 김은정 합수단 수석 검사는 "합수단 자체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수사를 하자는 목적으로 설립했고, 각 기관 분들도 같은 의지를 갖고 오셔서 협업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일벌백계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 조직들은 금융권 대출에 실패한 경제적 약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서민 금융지원을 해주겠다고 공략하는 등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홍 단장은 "1,2금융권에서 대출 거절당하신 분들을 상대로 정부 지원 운운하면 속을 수 밖에 없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피해를 당하니 더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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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검사들이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두현·박종호·김은정 검사, 홍완희 단장, 이근정 부부장 검사, 신종화 검사./이새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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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합수단의 활약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여전히 극성이다. 올해 들어 피해액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그 신호다. 1~9월 피해액은 5174억원. 지난해 같은 시기 3157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김은정 검사는 "예전에는 지방 수사기관이나 대환 사칭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신종 투자 사기가 늘고 있어 피해액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직원끼리도 모를 만큼 점조직화되고 계좌유통·콜센터·현금수거책 등이 철저히 분업화되는 등 범죄가 날로 고도화되고 있기도 하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사이버 사기범죄 성장은 전세계적 추세다. 미국·중국은 물론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이른바 '트라이앵글' 지역은 범죄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합수단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건물 층별로 사이버 사기 집단이 입주해있는 '스캠센터'를 포착하기도 했다. 한국 뿐 아니라 다국적 조직이 다국적 피해자를 상대로 조직적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때문에 단순한 활동기간 연장이 아닌 합수단의 정식 직제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합수단의 활동기간은 1년 연장돼 내년 7월까지다. 검찰은 이미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의 경우 직제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김 검사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액수가 계속 증가하는 등 수사 필요성이 요청돼 직제 관련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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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희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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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검찰청 폐지 법안'이 현실되면 일선 수사에 끼치는 영향은 어떨까. 대표적 민생침해 범죄 수사 현장에서 분투하는 검사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홍 합수단장은 "검사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수사전문가라고 본다. 현장 수사는 경찰이 뛰어나지만 인권보호에서 시작된 검찰의 역사적 역할이 있다"며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범죄에서 보호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더 깊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수단을 이끄는 홍완희 단장은 인천지검 강력부를 시작으로 대구지검·광주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을 거친 '강력통' 검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검사 때는 200명의 전세금 460억여원을 가로챈 '1세대 빌라왕'을 구속시키는 등 서민과 청년들의 꿈을 좀먹는 전세사기와 전쟁을 벌였다. 그는 새로운 타깃인 보이스피싱 범죄를 '조직적 비대면 사기'라고 이름 붙였다.

"마약이든 조직 범죄든 전세사기든 보이스피싱이든 이제는 개인 범죄라기보다는 전부 조직 범죄입니다. '조직적 비대면 사기'인 보이스피싱은 실제 만나지 않고 온라인 등에 숨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특성이 있죠. 최근에는 조폭이나 마약 조직도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보이스피싱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마약· 조직범죄의 연장선에 있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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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검사가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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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성아동범죄 수사에 두각을 나타내 검찰총장 표창을 받고 대한변호사협회 우수 수사검사로도 선정됐던 김은정 검사는 올해 2월 합수단에 자원했다. 첫 수사는 대포통장 유통조직이었다. 3개 조직 총책을 포함해 16명을 구속기소했다. 경찰 등 파견 된 금융수사협력팀과 '원팀'을 이뤄 배후조직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여성아동범죄 수사를 전담하다가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마침 서울동부지검에 근무하게 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워낙 대표적 민생침해 범죄이고 피해가 극심해 합수단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인물을 특정하기 어려운 수사이기 때문에 다른 부서 이상 업무강도는 높지만(웃음) 많은 참여기관과 힘을 합쳐 수사해 나간다는 긍지를 갖습니다."

홍 단장과 김 검사는 국민에게 '찐센터'와 '늘·꼭·또'를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 검사입니다'라는 사칭 전화에 당황하지 말고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관실에 설치된 '보이스피싱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찐센터 010-3570-8242)에 연락하면 진짜 검사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늘·꼭·또'는 '늘 의심하고, 꼭 전화 끊고, 또 확인하고'라는 행동수칙이다.

leslie@tf.co.kr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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