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반도체·배터리·희토류 中의존도 줄여라] 국내 기업 영향은
바이든 '국내 제조 정책' 본격화땐
삼성 등 美 추가투자 속도 붙을듯
코발트 등 미중 광물분쟁 커지면
韓 배터리 제조사에 악영향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의 해외 의존도를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 ‘화웨이 제재’처럼 불똥을 맞을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 초안은 최근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시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요청한 기업들의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 특히 자국 주요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로 오는 3월 중순까지 북미 지역 3개 조립 공장에 대한 감산 조치를 취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행정명령 준비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오는 3분기 이후에 완성차 생산량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차 산업에 필수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살펴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검토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전기차 보급 정책과 맞물려 미래 산업의 핵심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접근은 차량용 반도체와 마찬가지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강자인 중국은 원자재부터 부품, 배터리(CATL), 완성차 업체(BYD·NIO 등)로 이뤄진 자체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자국 기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명령으로 한국 등 외국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리튬이온 배터리 원재료 가운데 전략 광물로 꼽히는 코발트 공급망도 행정명령을 통해 함께 면밀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코발트는 주요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연간 생산량 가운데 40%를 중국에서 장악하고 있는 만큼 미중 분쟁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생산량이 한정적인 광물을 두고 미중이 대결할 경우 코발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예견되면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발동되더라도 오랜 기간 동맹으로 연결된 한국 기업의 경우 피해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대규모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 위치를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17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내에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배터리 분야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각각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에 생산 설비를 확보했거나 짓고 있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제조’ 정책이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 공장 증설과 추가 투자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백악관이 행정명령 초안에서 규정한 해외의 범위는 미국과 비우호적이거나 비우호적 관계로 발전될 수 있는 국가에 한정돼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시한 대중 제재 이후 미국 기업들은 거래처를 한국과 대만으로 많이 옮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생산 지원을 행정명령으로 결정하더라도 조사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한국 기업이 거래처를 변경해야 했던 화웨이·SMIC 제재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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