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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기고] 넷플릭스법, 규제보단 안정성 위한 공익에 방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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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지난해 12월 로그인이 필요한 구글 서비스에 1시간 정도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는 최근 구글과 협의해 원인을 확인하고 시스템 개선과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한국어 고지 등 조치를 하도록 했고, 이는 '넷플릭스법'의 첫 적용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제22조 7)은 넷플릭스가 트래픽 전송 경로를 임의 변경함으로써 발생한 SK브로드밴드와의 분쟁이 하나의 계기라는 이유로 이러한 별칭을 얻었다.

    경제 규제법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입법이 공익보다는 이해관계에 좌우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오로지 공익을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전제하고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그 공익을 발견하고 구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법도 사업자들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보다 정부가 개입할 정당한 공익 목적에 초점을 맞춰 평가돼야 한다.

    과거 '전기통신사업법'은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촘촘한 규제를 뒀지만, 네이버나 구글처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거의 규제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제한된 범위지만 기술적 조치, 요금 신고,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서비스 안정성 확보, 국내 대리인 지정 등 규제가 신설되고 있다. 정치 과정에서 '규제'는 통상 시민들의 삶에 그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공급자가 실질적 영향력을 갖게 되면,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신설된다. 즉 규제의 압력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시민들의 삶에 그만큼 핵심적인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은 원래 전송 여부나 그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최선형(best effort)' 네트워크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창의적 서비스가 자유롭게 시도되는 글로벌 생태계가 형성돼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인터넷의 가벼움, 자유로움이 규제로 무거워질 때 그 독특한 잠재력이 희생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관련 시행령이 서비스 안정화 의무의 적용 대상을 트래픽과 이용자 규모 상위 사업자로 제한하고, 서비스 안정을 위해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실제 가용한 수단들로 의무를 구체화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경을 넘어 형성돼 있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구성원들 간 힘의 불균형을 조정해줄 정부는 여전히 영토국가의 관할권만 갖는다는 난점이 있다. 외국 사업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규제의 평등한 집행이 담보되기 어렵고 '이용자 보호'라는 비교적 분명한 공익을 위한 규제도 국내 업체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앞으로 규제 집행 과정에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신설된 법규정이 획일적인 의무 부과와 제재보다는 구성원들의 적절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기대한다.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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