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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 덮었던 ‘카슈끄지 보고서’ 공개… 사우디 관계 분기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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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연관 추가 정황도 드러나
미국의 사우디 압박에 '쐐기' 박아
한국일보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왕세자와 자말 카슈끄지(오른쪽)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반체제 인사'의 한 장면. A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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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당국이 2018년 발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의 진상 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미국이 그를 암살 배후로 지목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미 행정부가 그를 인권 탄압의 총책으로 결론 내릴 경우 재조정에 들어간 양국 관계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암살사건 기밀해제 보고서 발표에 전념하고 있다”며 “국가정보국(DNI)을 통해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5일쯤 세상에 나올 예정인데, 보고서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해당 보고서를 읽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카슈끄지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지속적으로 비판한 반(反)체제 인사다.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혹하게 살해됐고, 시신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유엔 등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공식 지목했다. 미 정보당국 역시 왕세자를 의심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해 사우디 법원이 피해자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 사법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자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외신은 DNI 보고서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對)사우디 관계 재조정 작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란 견제를 위해 해당 사건에 침묵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와 달리, 인권을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를 ‘천덕꾸러기’로 묘사하고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이 때문에 보고서 공개는 미국의 사우디 압박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미 NBC뉴스는 “보고서는 양국 관계를 다시 설정할 뿐 아니라 사우디의 역할을 얼버무린 트럼프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의 암살 연루 정황까지 추가로 나와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입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CNN방송은 카슈끄지를 살해한 암살단 15명 중 13명이 범행 직후 탄 전용기의 항공사(스카이 프라임)가 2017년 12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장을 맡은 국부펀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스카이 프라임 항공의 비행기가 카슈끄지 암살에 사용됐다는 점은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통화는 보고서 수위에 따라 양국 관계 경색이 우려되는 만큼, 갈등 완화를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지난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를 살만 국왕으로 적시하며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대놓고 ‘패싱’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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