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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판정 뒤에 딴소리 하는 LG에너지솔루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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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국토부가 제공한 코나EV 화재 영상과 인위적 화재 재현실험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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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재판정에서 판결문이 낭독되고 있다. 판결문을 다 듣고 난 당사자가 갑자기 딴소리를 한다. “잘못은 맞는데, 100% 내 잘못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심리과정에서 했던 말과 달라 재판정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동차 사고 후 보험사들이 과실 비율을 따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내 잘못은 인정하지만, 내 과실 100%는 인정 못하겠다는 태도다. 형사재판으로 유죄는 확인됐지만 민사를 앞두고 책임의 범위를 따지는 과정도 떠오른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서 교통사고 과실 다툼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재판정은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장관 변창흠)가 열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 등 3개 차종 2만 6,699대의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발표하면서 제작결함 조사 결과를 명시한 게 일종의 판결문이었다.

국토부는 “현대자동차에서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OS EV) 등 3개 차종은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돼 3월 29일부터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하는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국토부가 언급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생산된 초기 제품으로 한정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를 정밀조사하고, 화재 재현실험 등을 거쳐 내린 결론이었다.

KATRI는 결론의 근거도 제시했다.

전문가 합동조사 과정에서 인위적인 화재 재현실험을 해 봤더니 배터리셀 내부 열 폭주 시험에서 발생된 화재 영상이 실제 코나EV 화재 영상(대구 칠곡 CCTV, 2020.8.7)과 유사했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두 번째는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차량(2021.1.23)을 조사했더니 화재가 3번 팩 좌측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했고,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를 분해한 후 정밀 조사했더니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 과정은 현재 화재 재연실험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부연설명도 있었다.

국토부는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조사단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1단계 릴레이 차단, 2단계 OPD(Over-voltage Protection Device)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론을 토대로 국토부는 “BMS 업데이트로 화재 위험성이 있는 일부 배터리를 완전히 추출하기 어려우므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존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개선된 제품으로 전량 교체하라”고 조치했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KATRI 주관의 화재 재현실험이 일부 완료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에 선제적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정은 ‘코나 전기차에 잘못이 있다’로 판정했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단계가 펼쳐졌다.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국토부 발표 당일 LG에너지솔루션은 “음극탬 접힘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의 발표대로라면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이 배터리의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에 달하는 리콜비용이 LG에너지솔루션의 책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음극탬 접힘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근거는 국토부 발표문구에도 나오기는 한다. 국토부는 ”음극탭 접힘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화재 재연실험에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소식이 국토부 발표 이튿날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화재원인 조사 과정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코나 전기차(EV)에 들어간 배터리를 분석한 결과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토부가 화재 원인을 ‘음극탬 접힘’으로 결론 내린 것도 결국은 LG에너지솔루션의 보고서가 결정적 작용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배터리셀 내 음극탭이 접히면서 음극 리튬 부산물이 석출(액체 속에서 고체가 생김)되고 이 것이 양극으로 확산하면서 음극 및 양극탭이 서로 붙는 단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락 현상은 곧 화재의 원인이 된다.

국토부에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낸 LG에너지솔루션이 국토부 발표 당일 “음극탬 접힘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을 바꾼 것은 보상 책임 논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오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만 이 또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발표는 “현대차·LG의 코나EV 4대의 고품 배터리 분해결과 충전맵 로직 오적용과 정상 적용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결정으로 코나 전기차(OS EV) 2만 5,083대, 아이오닉 전기차(AE PE EV) 1,314대, 일렉시티(전기버스, LK EV) 302대에 대한 리콜조치는 3월 29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그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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