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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로스쿨이 '개악'되는 생생한 과정…'지방대육성법' 뭐길래[유동주의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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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의치한약 지방 대학에 지역 출신 학생 '의무' 선발 강제하려다 애꿎은 로스쿨에 불똥 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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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박찬대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11.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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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육성법 제15조 제3항 개정 조문(2021.2.26 국회 본회의 통과)

지방대학의 장은 지역의 우수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중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졸업예정자를 포함한다)의 수가 학생 입학 전체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은 2023학년도부터 지방 의치한약학계열 대학 학부 과정과 전문대학원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의 주 목적은 지방 '의학계열' 대학 입시에서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을 일정비율 뽑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권고'형태로 같은 법률에 규정돼 있던 '노력하여야 한다'를 '하여야 한다'로 문구를 고치는 게 골자다. 부수적인 개정사항도 있지만 요지는 이것 하나라 봐도 된다.

문제는 이 개정안 통과에 관여한 이들은 전혀 예상못한 '부작용'이 그들의 주 관심사도 아니었던 '지방 로스쿨'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제 지방 로스쿨은 일반 전형 외에 '특별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이라는 두 가지 특수한 입시전형을 '의무'로 지켜야 한다. 이전까진 특별전형은 '의무'였지만 지역인재전형은 '권고'였다. 이 둘은 '정원외'가 아니다. 정원 내에서 각각 7%(특별전형), 20%(지역인재전형) 이상씩 뽑아야 한다. 100명 정원인 지방 로스쿨이면 최소 27명 이상이 두 전형 출신이어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 로스쿨엔 적용되지 않는다.


'지방 인재'를 위한 '선의'가 '지방 로스쿨'엔 '악의'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언뜻보면 의학계열 입시와 마찬가지로 로스쿨 입시에서도 '지역인재'를 뽑도록 강제하는 게 '지역을 위한 개선'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로스쿨 사정은 의대 등 의학계열과 전혀 다르다는 게 문제다.

'낮은 변호시험 합격률'이 이번 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이 지방 로스쿨들에겐 '악몽'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현재 50% 초반대까지 내려간 변시 합격률은 수도권 포함 전체 25개 로스쿨 졸업생의 평균치다. 일반적으로 지역소재 지방 로스쿨 졸업생 합격률은 5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로스쿨들 분석자료에 따르면 특별전형과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변시 합격률은 심각할 정도로 더 낮다. 일부 지방 로스쿨에선 '나쁜 인상'을 줄까 두려워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10% 대' 합격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과 지역대학 출신을 위한 지역인재전형으로 10명을 입학시키면 그 중 1~2명만 가까스로 변호사가 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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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옆에서 열린 ‘어게인 218, 로스쿨개혁이 사법개혁이다’ 궐기대회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도서관 대신 거리로 나선 이유는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 각각 도입 취지와 달리 정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응시인원이 아닌 입학정원이라는 고정된 인원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배출한 결과 매년 누적적으로 탈락자가 발생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20.2.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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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수상황 감안해 '지역고교 출신'으로도 문호 넓힌 뒤 '의무화'했으면 될 것을…

지역인재전형이 '권고'형태로 법 조항에 들어갔던 몇년 전부터 지방 로스쿨들은 지역인재 '인정요건'을 '지역대학'으로 제한하지 말고 '지역고교'까지로 넓혀달라고 요구했다. 지역고교를 나와 서울권 대학으로 진학한 학부 졸업생들이 고향에 내려와 지방 로스쿨에 입학해도 '지역인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요구는 교육부나 국회 교육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지방 로스쿨이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소재한 로스쿨 10여개 정도여서 전체 25개 로스쿨의 공통된 의견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들이나 공동발의해 준 수십명의 의원들 그리고 국회 교육위에서 '지방 대학을 살리자'는 법안으로 이해하고 빠르게 통과시켜 준 교육위원들, 체계자구심사를 하며 무심코 넘긴 법사위원들, 본회의장에 앉아 별 생각없이 '어련히 소관 상임위에서 잘 만들어 올렸겠거니'하고 '찬성' 버튼을 누른 이백여명의 여야 의원 중 그 누구도 이 개정안이 지방 로스쿨에겐 '악재'가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회 교육위에 참석했던 교육부 차관이나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교육위·법사위 전문위원들도 '무심코' 지역대학육성법 제15조 제2항의 '의학계열 대학' 부분을 개정하면서 제3항의 '전문대학원' 조항까지 '같이' 건드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것이다.

특히 현재 '전문대학원'체제를 제대로 유지하는 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밖에 없고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은 이미 의치대로 거의 회귀했기 때문에 해당 조항(제15조 제3항)을 실제 적용받는 건 사실상 '로스쿨' 밖에 없단 것도 관련 국회의원들이나 관계자들은 제대로 몰랐을 수 있다.

결국 의치한 계열 대학에 지방 고교 출신을 의무적으로 뽑게 하자는 '지역구가 지방에 소재한'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민을 '기쁘게' 할 나름의 목적도 가졌던 이 개정안은 지방 로스쿨들에겐 뜻밖의 '걸림돌'이 된다.




10%대 변시 합격률 기록하는 특별·지역인재 전형 입학생들

지방 로스쿨에 지역 대학 출신을 일정비율 뽑도록 '의무화'하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3년 후 변시를 치르고 맞이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그들 10명 중 8~9명은 변시에서 탈락한다. 의치한 계열로 진학한 학생들은 특별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 출신을 가리지 않고 4~6년 뒤 10명 중 9~10명이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과 대조된다. 의치한 계열과는 다르게 로스쿨 입학이 변시 합격을 보장하지 않다보니 취약계층의 합격률은 더 낮게 나온다.

취약계층이나 지역인재의 의치한 계열 입학은 '특혜'가 되지만 현재 상황에서 로스쿨 입학은 '특혜'가 아니다. 변시 합격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취약계층과 지역인재의 로스쿨 입학은 학교와 학생 서로에게 때론 '부담'이고 '비극'일 수도 있다.

현실이 이렇지만 25일 국회는 지방대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일반인이라면 '무지'가 용서된다. 하지만 국회와 행정부에서 중요 결정을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어떤 '부작용'을 부르는 지 항상 '예민하게' 검토하고 예측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있는데 왜 지방 로스쿨들이 진작 적극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수정'해 달란 요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간단하다. 이제까진 '권고'였기 때문이다. '지역고교'출신까지 '지역인재'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불만을 가졌지만 '권고'였기에 그간 지방 로스쿨은 그들의 '낮은 변시 합격률'을 근거로 대야 하는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큰 목소리를 내진 못했다.

변시 합격률이 이렇게 50%대로 추락하지 않았으면 지방 로스쿨 교수들도 지역인재와 특별전형 입학생들을 면접장에서 마주하면서도 그들의 3년 뒤 미래를 위태롭게 보는 '불안함'이 없었을 것이다.


교육부 차관도 잘 모르는 로스쿨 입시…특별전형 7%는 '정원 외'일까 '정원 내'일까

로스쿨은 교육부가 입학과 운영을 법무부가 변시를 각각 맡는 이중 관리체제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례처럼 교육부 관여 사항인 '입학'에선 의치한계열 전문대학원들과 '동급'처럼 취급됐다가 어이없는 '개악'을 맞게 된다. 교육부에게 로스쿨은 큰 관심사는 아니다. 그것은 이번 개정안을 심사하던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원회에 참석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정 차관은 지난 18일 오후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취약계층' 전형에 관한 논의 도중 "법전원(로스쿨)은 법전원법에 따라서 7%이상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차관의 설명을 들은 교육위원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논의를 진행시킨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로스쿨의 특별전형은 '정원 내' 7%다. 로스쿨 개원 이후 특별전형이 '정원 내' 선발인 점은 바뀐 적이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엔 '법학전문대학원은 매년 입학자의 100분의 7 이상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로 돼 있다.

차관 발언은 팩트부터 틀렸다. 차관이 읽은 교육부 작성자료, 그것을 바탕으로 소위 위원들에게 현장 배포된 국회 교육위 작성 참고자료 모두 그 부분은 오류였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교육위 법안소위 위원들은 물론이고 차관, 전문위원들이 모두 알아채지 못했다.

로스쿨에 관심이 '1'도 없는 국회 교육위원들과 교육부 차관 등이 지방 로스쿨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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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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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폐기법안 '21대 재활용'이 부른 비극…"법안 '폐기'엔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지방 로스쿨에 지역 대학출신 전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박완주,서동용, 이정문 의원이다. 지난해 6월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세 의원실이 경쟁하듯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다. 아마도 20대 국회 폐회로 자동폐기된 교육위 소관 발의안들을 모아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3명의 의원 지역구는 전남 순천, 충남 천안이다. 그 지역구 인근엔 전남대, 충남대 로스쿨이 있다. 이 2곳의 지방 로스쿨은 이번 개정안에 의해 직접 '타격'을 받는다. 세 의원들이 법안을 낸 전후 자신의 지역구 인근 로스쿨에 '이런 내용의 개정을 하려고 한다'며 의견이라도 간단히 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20대 국회가 종합적으론 제대로 일한 국회였다고 할 순 없겠지만, 쟁점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폐기'시키는 '부작위'도 사실은 '적극적'인 입법 작용이다. 폐기된 법안들은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런 법안들을 '주워담기'로 재활용 발의해 '발의 건수'를 늘리려는 '버릇'은 좋지 않다.


'누구'를 위한 속도전인가…'엉터리 입법' 부추기는 '조급함'

대략 20대 국회부터 쟁점 법안이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개정안들이 관련 당사자들 의견청취 과정도 없이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통과되고 있다. 위헌적인 '떼법'도 '사망사고'나 '강력사건'과 연계돼 여론과 감정에 쉽쓸려 심심치 않게 입법된다.

이번 개정안도 지난 18일 교육위 소위에서 의원 7명과 차관, 전문위원들이 약 30분 가량 모여 얘기한 게 전부다. '권고'가 '의무'로 강제될 경우 직접 영향을 크게 받는 지방 로스쿨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었다. 다수의 교육위원들이 법안소위에서 급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와중에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다수의 찬성 의견에 묻혔다.

20대 국회에서 했던 실수를 21대 국회가 반복하고 있다. 급하지 않은 법안을 '지방 대학이 위기'라는 뉴스 기사에 지나치게 심취해 단 하루만에 통과시켜버리는 조급함은 'K-국회' 특유의 '나쁜 속도전'이다. 개정 목적은 의치한 계열 대학에 지역 고교 출신 학생을 더 뽑게 하는 것이었지만 '지방 로스쿨'의 위기는 이번 개정안으로 가중될 것이다.

이제 지방 로스쿨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지방대학육성법 제15조 제3항의 개정요구를 할 것이다. 교육부와 국회가 좀 더 예민하게 관련 사안을 제대로 점검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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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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